사회 사회일반

[중소기업 위한 로우킥(Law-Kick)]계약때 투자자 간섭 막고 지재권 보호 명시를

<6>스타트업 투자 유치

투자형태·계약위반 규정 등

투자자들과 충분한 협상 필요

회사 성장방향 공감대도 중요

두차례 투자 유치한 '이디연'

15억대 추가 자금 확보 나서

지난해 10월 이연택(오른쪽 두 번째) 이디연 대표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클라우스 슈밥(〃 다섯번째)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에게 빈 병을 활용해 휴대성·음질을 개선한 ‘코르크’ 블루투스 스피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디연지난해 10월 이연택(오른쪽 두 번째) 이디연 대표가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클라우스 슈밥(〃 다섯번째)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에게 빈 병을 활용해 휴대성·음질을 개선한 ‘코르크’ 블루투스 스피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디연


외국계 의료기기 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던 이연택씨는 평소 블루투스 스피커를 들으면 왜 피로감이 쉽게 오는지 궁금했다. 연구 끝에 그는 고음질, 고가 스피커가 빈 공간인 울림통을 이용해 듣기 편안한 저음을 만드는 반면 블루투스 스피커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범한 빈 병이 울림통을 대신할 수 있다는 점도 발견했다. 그의 발견은 “블루투스 스피커와 빈 병을 결합하면 휴대성과 음질을 모두 잡은 스피커가 나오지 않을까”라는 상상으로 이어졌다. 빈 병에 끼울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 ‘코르크’는 이러한 발상에서 탄생했다.

이씨는 지난해 아내의 도움을 받아 코르크 시안을 들고 창업 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에 참가해 최종 7위에 올랐다. 이어 ‘이연택 디자인 연구소(이디연)’를 차리고 코르크 스피커의 사업화에 나섰고 국내외에서 좋은 반응도 얻었다. 이씨는 “사업을 시작한 이래 일본·중국·호주·스웨덴 등지에서 17만개 주문 문의가 들어왔다”고 말했다. 관건은 제품을 양산하고 회사를 성장시킬 안정적인 투자 유치였다.

올해 5월 이연택(가운데) 이디연 대표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테크 기업 컨퍼런스 ‘TNW 2017’에서 참관객들에게 빈 병을 활용해 휴대성·음질을 개선한 ‘코르크’ 블루투스 스피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디연올해 5월 이연택(가운데) 이디연 대표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테크 기업 컨퍼런스 ‘TNW 2017’에서 참관객들에게 빈 병을 활용해 휴대성·음질을 개선한 ‘코르크’ 블루투스 스피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이디연






이씨는 대회에서 높은 성적을 올린 덕분에 일반 대중이 각자 소액을 투자하는 크라우드펀딩으로 4,000만원을 웃도는 초기 창업자금을 모았다. 국내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와디즈’에서도 5,000만원이 모였고 미국 최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서 자금이 들어왔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생산에 착수할 수 없었다. 그러던 가운데 한 벤처 투자자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이씨는 법무부 중소기업 9988 법률지원단의 문을 두드렸다.


법률 지식과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한 스타트업은 투자를 유치하며 종종 큰 피해를 보곤 한다. 회사 경영에 지나친 간섭을 받거나 심하면 투자금도 제대로 못 받고 아이디어나 경영권을 뺏기기도 한다. 이디연의 투자유치 계약을 자문한 김민진 법률사무소 플랜 변호사는 “이디연이 디자인 기술 기업인만큼 투자자 개입을 최소화하고 기업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하는 방안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투자자가 투자금에 비해 경영에 지나치게 간섭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이나 눈에 띄지 않는 불리한 조항은 없는지를 꼼꼼히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다.

관련기사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는 일반 기업의 투자와는 다르다. 자금 수혈뿐만 아니라 한 번의 투자유치가 다음 투자로 이어지는 여러 활로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한다. 또 회사가 어떤 식으로 커나갈 지 방향을 결정하는 단계인 만큼 투자자들과의 충분한 협상이 필요하다는 게 벤처 투자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이디연의 투자 협상에서는 회사의 조직·관리 등에 대한 투자자 간섭 조항을 최소화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디연이 자유로운 경영을 통해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을 쏟아내면 투자자에게도 이롭다는 점을 납득시키면서 원활하게 계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충분한 사전 논의로 회사 성장 방향에 대한 투자자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디연은 지난해 성공적으로 1·2차 투자를 유치하고 현재 국내 벤처투자 업계에서 15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금 확보에 나섰다. 국내에서는 하이마트 같은 대형 유통매장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유럽 유통회사 비드트릭스와도 11만유로(약 1억3,000만원) 어치 공급 계약을 맺는 등 해외시장 공급도 시작됐다. 이디연은 추가 투자가 성사되면 제품 내부에서 에션셜 오일(디퓨저 원액)이 담긴 원통들을 회전시키면서 자동으로 향기를 바꿔주는 ‘스마트 디퓨저’도 본격 출시할 예정이다. 김 변호사는 “이디연의 성공적 투자 유치는 단계적으로 회사가 성장해나갈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투자를 통한 성장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은 투자 계약서상의 투자형태, 피투자자 위험부담은 물론 상법의 관련 조항까지 꼼꼼히 훑어보면서 안전한 투자 유치에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