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김장환 한국암웨이 대표의 취임식. “회사를 신명 나는 일터로 만들겠다”는 김 대표의 취임 일성에 직원들이 도발적인 제안을 했다. 바로 사내에 문화·예술 분야 강습 과정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였다. 보통의 기업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상황이었다. 회사 생활 동안 말 한번 제대로 못 섞을 대표이사에게, 그것도 어느 때보다 엄숙해야 할 취임식에서 말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과감히 이를 받아들였다. 그는 곧바로 문화·예술 분야 강습 과정인 ‘하모니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드럼·키보드·댄스·미술 등 총 4가지 과정을 주 1회에 걸쳐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수강료는 회사에서 전액 지원한다.
최근 기업의 경영 철학을 직원들의 행복 보장으로 전환하고 이를 전략적으로 실천하는 기업들이 속속 늘고 있다. 과거와 같이 연봉·간판 등만 앞세워 직원들을 부속품 취급하는 회사는 정작 능력 있는 인재에게 외면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직원 개개인의 삶이 행복해야 생산성·효율성이 올라감은 물론 기업에 필요한 창의성도 발현될 수 있다는 믿음이 이제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박진숙 한국암웨이 상무는 “사람을 중시하는 좋은 조직문화는 직원 만족도 향상과 기업 경쟁력 제고, 매출 확대로 이어진다”며 “기업 내 이 같은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작업은 이제 그 어느 것보다 매우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강조했다.
◇연봉보다 저녁 있는 삶 중시하는 젊은이들=1950~1960년대생 베이비부머 세대가 한창 사회에 진출할 때에는 높은 봉급과 남이 알아주는 간판만 보장된다면 사생활과 가정생활을 포기하면서도 일에 매진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하지만 비교적 유복한 환경에서 태어난 1980~1990년대생 젊은 직장인은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다.
이들이 일을 하는 이유는 조금 더 많은 연봉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서다. 빠른 승진과 알아주는 명함을 위해 사생활과 가정생활까지 포기하려는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 실제로 지난 4월 ‘YBM한국TOEIC위원회’가 자사 블로그 방문자 3,294명을 대상으로 ‘입사하고 싶은 회사 조건’을 설문한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43.6%(1,435명)가 ‘저녁이 있는 삶과 일·생활의 균형’을 기업 선택 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연봉(25.2%)과 복지제도(17.3%), 정년보장(7.8%), 기업 이미지(6.1%)를 택한 사람은 이보다 훨씬 적었다.
시대가 바뀌다 보니 각 기업들도 이들에 발맞춰 경영의 초점을 바꾸고 있다. 롯데그룹과 CJ그룹은 최근 경영철학을 획기적으로 바꾼 대표 기업들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달 그룹 상설조직인 ‘기업문화위원회 2기’를 출범시키고 45개 계열사별로 ‘계열사 기업문화 태스크포스팀(TFT)’ 조직을 꾸렸다. 또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남성 육아휴직 의무제도’를 도입하기도 했다.
CJ그룹도 지난 5월 일·가정 양립과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기업문화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이밖에 이랜드 등 여러 기업들이 새로운 조직문화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 EQ 프로그램·서번트 리더십 앞세운 한국암웨이= 사람 중심의 조직문화 업체로 회원직접판매업계 1위 기업인 한국암웨이가 대표적이다. 한국암웨이는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11년 연속 성장을 이뤄냈다. 탄탄한 복지와 선진 인사 시스템을 기반으로 글로벌 인사 전략 평가 기관인 우수고용협회로부터 최근 3년 연속 ‘아태지역 최고 고용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 6월 김장환 대표가 ‘신나는 암웨이’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취임한 뒤부터는 사람 중심 경영 기조가 한층 강화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EQ(감성지수) 함양 프로그램은 김 대표가 이끄는 한국암웨이만의 독특한 조직 문화로 꼽힌다. EQ가 높을수록 상사나 동료, 부하직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팀워크에 공헌할 수 있다는 게 한국암웨이의 경영 철학 중 하나다. 문화·예술 강습을 무료로 지원하는 하모니 프로그램을 비롯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작은 콘서트’, 임직원 가족들을 초청해 진행하는 ‘패밀리 이벤트(Family Event)’ 등은 이를 대표하는 프로그램이다.
이와 함께 리더가 먼저 모범을 보이며 개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는 ‘서번트 리더십’ 또한 한국암웨이 고유의 조직문화로 유명하다. 서번트 리더십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 회식, 호칭 사용 등에 널리 적용된다.
개인 커리어 개발과 근무여건 개선을 경영 목표 중 하나로 두는 점도 특징이다. 한국암웨이는 다른 글로벌 회사에 비해 아시아 또는 미국 본사 근무 기회가 비교적 많은 편인데, 최근에는 본사 마케팅 최고임원과 아시아태평양 R&D(연구·개발) 임원을 배출하기도 했다. 올해부터는 단기간 다른 직군 업무를 체험할 수 있는 ‘얼리 인 커리어 익스체인지 프로그램(Early in Career Exchange Program)’도 도입했다.
여성 임직원 비율(54%)이 높은 만큼 일·가정 양립을 위한 지원제도도 탄탄하다. 사내에 모유 수유실을 갖췄으며, 임신한 직원과 배우자에게 자사 제품이 포함된 예비맘 키트도 제공한다. 탄력 근무제, 출산 전후 휴가, 배우자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을 필요에 따라 적절히 활용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