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5년후 재정 답없는 정부]지출 다이어트로 건전성 지킨다지만...고령화·돌발악재 빠진 '반쪽 청사진'

시간 지날수록 복지지출 늘고

고령화로 세수는 감소 불가피

정교한 재정밑그림 안그리면

적자국채 '스노볼' 악순환 우려



기획재정부가 내년도 예산안과 함께 공개한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내년 국가채무는 709조원으로 처음으로 700조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9.6%로 올해보다 0.1%포인트 줄어든다. 오는 2019년 국가채무는 749조원으로 40조원 늘어나지만 채무비율은 39.9%다. 2020년에야 채무비율이 40.3%(793조원)로 40%를 돌파하고 2021년에 40.4%(835조원)를 기록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복지 분야 예산만 2021년까지 59조원가량 늘어나는데 어떻게 국가채무는 크게 늘지 않을까. 정부는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 덕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11조5,000억원을 포함해 향후 5년간 62조7,00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예상대로라면 문재인 정부 내내 복지는 복지대로 늘리면서 재정은 건전하고 증세도 필요 없다는 이상적인 결론이 나온다. 국세수입만 해도 내년 268조2,000억원에서 2021년 315조원으로 연평균 6.8%씩 증가한다. 정부는 조세부담률도 2021년까지 20%를 넘지 않는 19.9%에서 관리하기로 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신규 사업에 따른 재원확보 방안에 대해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면서 올해 초과세수분을 8조8,000억원으로 예상했는데 이후 15조원으로 늘었다”며 “이를 감안하면 앞서 예측한 초과세수 60조원보다 더 많이 들어올 것으로 보여 신규 사업은 이 재원으로 충당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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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전망은 유효기간 4년짜리 단기 예측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654만명이었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5년 1,000만명이 넘는다. 2049년에는 1,882만명으로 증가한다. 고령인구 비율도 2015년 12.8%에서 2026년 20%, 2058년에는 40%를 초과한다. 문재인 정부의 복지증가책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복지지출은 급증하게 돼 있다. 물론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급증하는 복지지출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정년이 65세 이상으로 늘어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 않다. 정년을 연장하고 정규직을 확대하면 청년 채용은 그만큼 줄어들 수 있는 탓이다. 여기에다 생산가능인구의 상대적인 감소로 장기적으로는 세수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 정부 들어 추가로 복지지출을 대폭 확대하기로 해 장기 재정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예측이다.

야당은 정부의 공약예산 추계도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은 29일 문재인 정부의 주요 공약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178조원이 아니라 261조원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융위기 같은 돌발성 악재도 빠져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세입 부족이 발생하면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이를 우려할 만한 조짐도 보인다. 올해 28조원이었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2019년 33조원으로 불어난 뒤 2021년에는 44조원까지 커진다. GDP 대비 적자비율도 올해 1.7%에서 2020년에는 2%를 넘고 2021년에는 2.1%를 기록할 예정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교한 장기 재정전망은 없다. 기재부의 고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장기재정전망을 한 게 없어서 향후 복지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를 지적할 수는 있다”면서도 “유럽 같은 선진국을 보면 어느 수준까지 복지지출이 올라갔다가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그런 추세를 따르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구멍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최저임금 지원을 위한 3조원을 편성하면서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다. 대량실업 우려가 있을 경우 면제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활용한 것인데 나랏돈이 제대로 꼼꼼하게 쓰이는지를 점검할 기회가 줄어들었다. /세종=김영필기자 susopa@sedaily.com

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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