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백지 광고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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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9월 남미 최대의 도시인 상파울루에서는 ‘클린도시법(Clean City Law)’이라는 다소 생소한 법률이 시의회를 통과했다. 건물을 뒤덮어 공공 미관을 해치는 옥외광고를 정비하기 위해서였다. 2007년 1월 발효된 이 법을 바탕으로 상파울루시가 내놓은 것이 ‘시각공해 제로 프로젝트’였다. 상파울루시는 일체의 입간판을 금지하고 건물 외벽의 간판 크기도 건물 높이가 10m 이하면 1.5㎡ 이내로, 높이가 10m 이상 100m 이하면 4㎡ 이내로 엄격히 제한했다. 건물의 옆이나 윗부분에는 간판을 달지 못하게 했다. 이를 어길 경우 1만헤알(당시 환율로 약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를 통해 상파울루시는 시각 공해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도시로 점차 변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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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간판이나 광고물에 대한 고민은 유럽도 예외가 아니다. 스위스 제네바 거리에는 최근 백지 광고판이 대거 등장했다. 이는 원래 계약 만료 때문에 생긴 현상이지만 일부 시민들이 여기에 그려넣은 그림이 좋은 반응을 얻자 아예 상업 광고판을 거리에서 추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시민단체들은 상업 광고판을 금지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이들이 주민투표를 제안하고 나선 것은 광고판을 다국적 기업이나 자동차 업체들이 점령하면서 정작 지역 기업이나 상점은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단체는 상업 광고는 금지하는 대신 지역 기업이나 상점에서 개최하는 문화행사를 홍보하는 데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상업 광고판 추방은 제네바 재정과도 연결된 문제여서 실제로 성사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광고판에 대한 시민들의 불편한 감정을 엿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우리나라도 2012년부터 옥외광고물 관련 법을 고쳐 지저분한 간판이나 광고판을 정비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왔다. 서울시의 경우 구청과의 매칭펀드 형식으로 자금 지원을 해 도심 건물을 중심으로 2만4,000건 이상의 간판을 새로 단장했다. 모쪼록 정부와 지자체들의 이런 노력이 결실을 봐 도시의 미관이 더 아름다워지는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철수 논설위원

오철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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