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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선진국과 반대로 가는 국민연금

임세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판결로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심판이 일단락됐다. 의결권을 삼성그룹 승계작업에 사용했다는 판결을 받은 국민연금도 이제 엉뚱한 일에 곳간을 열지 않도록 단단한 자물쇠를 채워야 할 때다. 그러나 정부가 바뀐 후 들려오는 국민연금의 지배구조 개편안은 한 마디로 재벌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정치권 아래 묶어 두겠다는 뜻으로 들린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투자를 결정하는 기금운용위원회를 상설화해 가입자 추천 전문가와 시민단체 참여를 늘리고 사무국을 키워 경제·복지 분야 공무원이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권은 국민연금이 공공투자로 복지 재원을 절감할 것이라고 기정사실처럼 말한다.

국민연금처럼 국회와 정부가 감시하면서도 수익이 좋은 노르웨이 국부펀드도 우리와 비슷한 논란을 겪고 있다. 전 세계 상장기업의 주식 1.3%에 투자하는 결정을 노르웨이 중앙은행과 재무부·정치권이 승인하는 구조가 과연 맞느냐는 것이다. 지난 1997년부터 10년간 노르웨이 국부펀드를 이끌었고 지금은 네덜란드 연기금을 비롯해 싱가포르와 중국 투자공사에 자문하는 크누트 셰르부터 “정부와 정치권이 개입하는 지배구조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는 도움이 됐지만 지금은 아니며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해까지 정부가 국민연금 개편 모델로 삼았던 캐나다 연기금(CPPIB)의 사례가 아쉬운 건 그래서다. 이들은 1990년대 중반 기금 고갈 위기에 이르자 정부 스스로 개혁을 추진해 국내외 최고 금융·경영 전문가를 모셔다 이사진을 꾸렸다. 이들은 기금운용의 가장 큰 원칙으로 정부와 정치권으로부터 어떤 간섭도 받지 않는다는 점을 내세운다. 전문성과 독립성을 토대로 과감한 지분 투자와 그에 상응하는 수익률을 내면서 전 세계 연기금이 따라잡지 못하는 1등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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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태는 국민연금에 캐나다의 연금 고갈 사태와 맞먹는 위기감을 줬다. 적자를 세금으로 보전하는 공무원 연금 사례로 기금 운용에 실패하면 어떤지 이미 알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도 현 정부는 국민연금을 굴리는 것보다 쓰는 데 관심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국민연금 개혁의 기회를 이대로 날리는 것인지 우려스럽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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