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울며 겨자먹기로 부품 공급하지만…동반진출 국내 협력업체도 죽을 맛

"직원 월급도 제대로 못줘

자금난 계속땐 납품 중단"

베이징현대의 공장 4곳이 가동을 멈춘 것은 중국 측 협력업체의 부품 공급 중단 때문이다. 현대차(005380)를 따라 중국에 진출한 국내 협력업체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부품 공급은 지속하고 있지만 곧 설비를 멈출 수밖에 없을 정도로 상황이 급박하다는 게 업체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달석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베이징 일대의 협력업체들 대부분이 직원들의 월급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지금과 같은 자금난이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공장 가동과 납품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에는 국내 협력업체 142곳이 진출해 289곳의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이 겪고 있는 자금난의 원인은 베이징현대의 대금 지급 거부 때문이다. 심지어 협력업체들과 맺은 기존의 부품 공급계약 자체를 무시하고 대금 지급일을 무한정 미루는가 하면 납품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대금 자체를 지급할 수 없다고 협력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중국에 현지 법인을 두고 있는 한 협력업체 대표는 “납품 가격을 기존의 절반 수준까지 인하해달라고 요구하는데 그 가격으로는 도저히 생산을 유지할 수 없어 일단은 거부했다”면서 “그러나 현재와 같은 유동성 위기가 이어진다면 수개월 내 도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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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사 대표들의 하소연에도 베이징현대의 국내 직원들로서는 뾰족한 수가 없다. 베이징현대는 베이징자동차와 현대차가 50대50의 지분을 갖는 합자회사로 대금 지급을 포함한 최종 경영권은 중방(중국 측 직원)에 있기 때문이다. 현대 측의 장원신 총경리가 외형상 대표 역할을 하지만 실제 법정 대표는 쉬허하이 이사회 의장이다. 신 이사장은 “돈줄을 쥔 중방이 국내 업체들의 자금지급을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라 협력업체들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도산에 직면한 일부 업체들의 경우 중국 시장 철수도 고려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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