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9일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사업장에서 근무한 이모(33)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이씨는 입사 전 건강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된 유전적 소인, 병력이나 가족력이 없는데도 한국의 평균 발병연령(38세)보다 훨씬 이른 만 21세 무렵에 발병했다”며 “LCD 사업장이나 근무환경이 유사한 반도체 사업장에서 다발성 경화증 발병률이 유달리 높다면 업무와 질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는 데 유리한 사정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씨는 지난 2002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LCD사업부 천안사업장에서 모듈공정 중 LCD패널 검사 작업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하루 12시간 이상 전자파를 쐬고 ‘이소프로필알코올’이라는 화학물질에 노출됐다. 이씨는 2003년 10월부터 오른쪽 눈의 시각과 팔다리 신경 기능에 이상 증상이 발생해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받기 시작했고 증상이 심해져 2007년 2월 퇴사했다. 이듬해 신경섬유가 서서히 파괴돼 근육과 장기가 마비되는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이씨는 2011년 자신의 병을 산재로 인정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1·2심은 “업무로 인해 다발성 경화증이 발병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씨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유기용제 노출, 주야간 교대근무, 업무상 스트레스, 햇빛 노출 부족에 따른 비타민D 결핍 등 질환을 촉발하는 요인이 다수 중첩될 경우 발병 또는 악화에 복합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