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중국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로 중국 판매가 급감하면서 부품업체에 대한 대금 지급이 지연됐고 부품업체가 납품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중국 사업 상황이 예상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분석된다.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중국 법인인 베이징현대는 현지 1~4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했다. 최근 시험생산에 돌입한 충칭공장(5공장)을 제외하면 사실상 현대차의 중국 승용차 생산공장이 모두 멈춘 셈이다. 중국 부품협력업체 한 곳이 밀린 대금 지급을 요구하며 부품 납품을 중단한 것이 이유다. 자동차는 2만여개의 부품으로 제작되는데 이 가운데 한 부품이라도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 차량 제작을 할 수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베이징현대는 50대50의 합작사라 현대차가 단독으로 대금을 집행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출 90조원이 넘는 현대차가 협력사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한 것은 사드 보복에 따른 판매 급감이 주된 이유다. 현대차의 올 상반기 중국 판매량은 30만1,27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52만2,769대) 대비 42.3% 급감했다. 차량 대수로는 20만대 이상 줄었다. 중국 공장 하나를 아예 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급감한 것이다. 판매 급감은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합작사인 베이징현대의 실적은 당기순이익에 반영된다. 상반기 현대차의 당기순이익은 2조3,193억원으로 34.3% 줄었다.
현대차의 중국 사업 악화는 이미 감지됐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 간 간담회에서 중국에서의 판매부진을 언급하면서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을 요청한 바 있다. 현대차는 142개 부품업체와 중국 시장에 동반 진출해 있다. 현대차의 위기는 협력사와 부품 공급망 붕괴로 이어진다. 중국 시장에서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드 사태로 어려움이 발생하면서 협력사 대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른 시일 내 해결책을 찾겠다”고 말했다.
/성행경·강도원·조민규기자 theone@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