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의 한국 축구를 두고 최대 위기라고들 한다. 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 2경기를 남기고 조 3위와 단 1점 차의 불안한 2위. 본선 직행 티켓이 걸린 2위를 지키려면 따져야 할 게 많아 보인다. 그러나 31일 오후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4위 이란(한국은 49위)과의 대결에서 이기면 모든 것이 명쾌해진다. 같은 시각 조 3위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에 덜미를 잡히면 4점 차로 벌어져 한국은 그대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룬다. 우즈베키스탄이 중국을 이겨도 우리는 1점 차를 안고 마지막 우즈베키스탄전(9월5일)에 나선다. 원정이라 껄끄럽지만 지지만 않으면 된다.
B조 3위, 북중미 4위와의 플레이오프라는 가시밭길을 피하기 위한 승부처는 누가 뭐래도 9차전 이란전이다. 그런데 ‘이란’ 하면 한국 축구는 다소 움츠러드는 구석이 있다. 역대 전적 9승7무13패. 지난 2011년 아시안컵 8강에서 1대0으로 이긴 뒤로 6년을 훨씬 넘긴 지금까지 이겨보지 못했다. 최근 7년간 전적은 1승5패. 신태용 현 감독도 1996년 아시안컵 8강에서 당한 참패의 악몽이 누구보다 생생하다. 당시 신 감독이 골망을 흔들었지만 대표팀은 2대6으로 졌다.
조 1위 이란은 이미 본선 진출을 확정했지만 무실점 기록을 잇고 싶어한다. 현재 6승2무에 8득점 무실점. ‘본선 모드’에 들어간 이란은 실험을 염두에 두고 새 얼굴을 발탁하면서도 올해 최종 예선 3경기 3골의 메디 타레미(페르세폴리스), 지난 시즌 네덜란드리그 21골의 레자 구차네자드(헤이렌베인) 등을 빼놓지 않고 데려왔다. 골잡이 사르다르 아즈문(루빈 카잔)이 경고 누적으로 못 나오지만 구멍이 그리 커 보이지는 않는다.
한국은 이란을 상대로 79개월 동안 한 골도 넣지 못했다. 팔 부상에서 회복한 손흥민(토트넘)이 이 불명예 기록을 깨부수러 런던에서 날아왔다. 황희찬(잘츠부르크)이 무릎 부상을 안고 대표팀에 합류한 가운데 이 때문에 김신욱이나 이동국(이상 전북)의 활용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한 대표팀의 ‘키’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무릎 수술 뒤 완전히 회복하지 못했지만 올 시즌 소속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한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대기하고 있다. 대표팀은 29일 오후 결전지인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막바지 담금질을 하며 결연한 필승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