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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톡] “살인자·국정원까지” 천의 얼굴 김명민·설경구의 캐릭터史

9월, 극장가에 두 명의 ‘변신의 귀재’가 찾아온다. 배우 김명민과 설경구가 이번에도 ‘역대급’ 변신으로 영화를 하드캐리 한다.

배우 김명민, 설경구 /사진=서경스타 DB배우 김명민, 설경구 /사진=서경스타 DB





‘믿고 보는 배우’를 넘어 이제 더 이상의 연기력을 논하기엔 입 아픈 김명민과 설경구. 이들의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메소드 연기는 언제나 흥미롭다. 오랜 연기 경력에도 도대체 몇 개의 얼굴이 숨어있는지 지금도 변신이 끊임없다. 그런 두 배우가 동시기에 ‘새 얼굴’을 들고 관객들을 찾는다.

먼저 김명민은 23일 개봉한 ‘브이아이피’에서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 김광일(이종석)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직감하는 경찰 채이도 역을 맡았다. 다 같은 경찰이 아니다. 담배와 욕설로 뒤범벅된 김명민의 거친 면모를 볼 수 있다. 집념 가득한 눈빛과 직진으로 전력 질주하는 수사 패기까지 더해 ‘브이아이피’에 가장 크게 박진감을 일으킨다.

‘브이아이피’는 국정원과 CIA의 기획으로 북에서 온 VIP가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상황에서 이를 은폐하려는 자, 반드시 잡으려는 자, 복수하려는 자,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네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범죄영화. 대한민국 국정원과 경찰, 북한의 보안성, 미국 CIA의 첨예한 대립을 이루는 가운데 김명민은 채이도 역할로 대립관계의 중축에 선다.

이렇게 비교적 일반적인 캐릭터로도 거친 숨결을 불어넣을 줄 아는 김명민은 드라마와 영화 모두에서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왔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2004)에서 카리스마 수장 이순신, ‘하얀 거탑’(2007)에서 정치적 의사 장준혁, ‘베토벤 바이러스’(2008)에서 ‘똥덩어리’라는 명대사를 남긴 거만한 지휘자 강마에로 안방극장을 먼저 사로잡았다.

당시만 해도 영화로 그다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김명민은 ‘내 사랑 내 곁에’(2009)에서 루게릭병 환자 백종우로 분해 20kg의 격한 체중 감량까지 해가며 강렬한 인상을 꾀했지만 흥행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2014)에서 코믹하고 능청스런 명탐정 김민 역으로 성공적인 시리즈를 탄생시키면서 사극 캐릭터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후 ‘페이스 메이커’(2012)에서 인공 치아를 장착한 주만호, ‘판도라’(2016)의 이상적인 대통령 캐릭터까지 김명민의 필모그래피는 카멜레온처럼 각양각색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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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브이아이피’,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사진=‘브이아이피’, ‘살인자의 기억법’ 스틸


김명민 못지않게 설경구의 변신도 시선을 절로 끌어당긴다. 설경구는 9월 7일 개봉하는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이라는 파격적인 캐릭터에 도전했다. 극중 병수 역으로 내, 외적 모두 완벽한 변신을 원했던 설경구는 극도로 야위어 보이기 위해 10kg 이상 체중 감량을 하는가 하면, 살기 가득한 눈빛과 경련이 이는 안면 연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노력을 기울였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잊혀진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과거 연쇄살인범이었던 병수는 마을에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 후 마주친 남자 태주(김남길)에게서 살인자의 눈빛을 읽어내고, 그와 목숨을 걸고 대립한다. 위험에 닥친 딸 은희(김설현)를 구하려는 과정에서는 부성애까지 표현한다.

설경구는 ‘박하사탕’(1999)에서 과거를 되돌리고 싶어 절규하는 김영호를 연기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긴 후 ‘공공의 적’(2002)에서 악독한 범죄자로 직감하는 이성재를 맹추격하는 강철중 역으로 선 굵은 연기를 이어갔다. ‘광복절특사’(2002) 속 ‘웃픈 탈옥수’ 유재필로는 코믹에도 스펙트럼을 넓혔다.

‘실미도’(2003)에서는 684북파부대 제 3조장 강인찬 역으로 ‘유령부대’의 참담한 심경과 울분을, ‘역도산’(2004)에서는 ‘오아시스’(2002) 때 18kg 체중 감량을 한 것과는 반대로 26kg을 증량한 스모선수 역도산 캐릭터를 선보였다. 역도산으로는 이방인이라는 이유로 선수 생활에서 제약을 받는 설움과 승부욕을 내던졌다.

‘사랑을 놓치다’(2006)로 멜로까지 섭렵한 설경구는 이후 장기간 특출난 변신의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그러다 이번에 만난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또 한 번 시험했다.

이 정도면 충무로에서 일당백이다. 김명민과 설경구는 고정된 이미지로 안주하기보다 매번 다양한 작품, 다양한 시도로 왕도 없이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배우다. 두 배우의 몰입도 높은 연기가 뒷받침되기에 앞으로 또 어떤 캐릭터를 선보일지 더욱 기대가 되는 바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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