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만파식적] 당인리 문화발전소

3115A39 만파식적




‘밤 깊은 마포종점/갈 곳 없는 밤 전차/(중략)/저 멀리 당인리에/발전소도 잠든 밤/(중략)/궂은 비 내리는/종점 마포는 서글퍼라.’ 여성 듀엣 은방울자매가 부른 ‘마포종점’은 1968년 발표 후 지금껏 국민 애창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애달픈 첫사랑을 가사에 담은 이 노래는 산업화 시대 서민들의 정서를 진솔하게 드러낸 명곡이다. 노랫말에는 1960년대 말 서울 마포 일원의 풍경이 담겨 있다. 마포와 청량리를 오간 전철과 여의도비행장, 당인리 발전소 등이 그것이다. 이 중 당인리 발전소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철거된 전철, 이전한 비행장과 달리 현재까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에서 리 단위 행정구역이 생경하지만 일제강점기 발전소 완공 당시에는 경기도 고양군 용강면 당인리였다. 옛 마포 나루터 부근, 지금의 당산철교와 서강대교 사이 강북 강변도로에 접한 이곳은 1936년 지금의 서울인 한성부로 편입됐다. 당인리는 중국을 뜻하는 당(唐)나라 사람(人)에서 유래한 것으로 중국인이 거주한 마을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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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인리 발전소는 1930년 가동에 들어간 국내 1호 발전소다. 일제강점기 때 석탄 화력 2호기가 들어선 뒤 미국의 전후복구 지원으로 3호기, 1960년대 말~1970년대 초 4·5호기가 추가로 들어섰다. ‘마포종점’이 공전의 히트를 친 때는 1~3호기만 존재할 때다. 발전용량이 1만~2만㎾급에 불과한 1~3호기는 일찌감치 폐기됐다. 4·5호기는 환경문제로 액화천연가스(LNG) 화력으로 전환됐다가 같은 자리 지하에서 내년 말 완공을 목표로 복합화력발전(40만㎾급 2기)으로 전환하고 있다.

산업화 역사를 간직한 당인리 발전소가 문화창작 발전소로 탈바꿈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4·5호기의 원형을 유지한 채 문화와 예술을 입히는 리모델링 작업을 내년 중 착수할 예정이다. 그제 내년 예산안에 첫해 사업비가 반영됐다. 실험적 예술 창작의 공간을 조성한다는 것이 문화부 방침이다. 인근 홍대 문화·예술권과의 연계 효과도 크다. 당인리 발전소는 ‘한강의 기적’을 지켜본 유산이자 그를 뒷받침한 동력이었다. 제 역할을 다하고 시민의 품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뜻깊다. /권구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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