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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②] ‘품위녀’ 정상훈 “배우 명함 내밀었다…들뜨지 않으려 노력”

‘품위있는 그녀’가 마지막 회에서 12%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편 드라마로서 완벽한 성공을 거둔 것에 힘입어 정상훈도 배우로서 보다 많은 사람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미 공연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그였으며 맥주 광고로 대중들에게 익숙해졌지만 배우로서 유명세를 탄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였다. 인생 첫 종영 인터뷰에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신동엽 형과 얼마 전에 술을 먹었는데 정말 기분 좋아하시더라고요. ‘칭타오’ 광고로 먹고 살 수는 있게 됐는데, 비로소 정말 네가 좋아하는 배우라는 꿈을 이룬 것 같아서 기분이 더 좋다고요. 그러면서 근사한 데서 술을 사주셨죠. 제가 20대 때부터 만난 형인데 그때도 형은 잘 돼 있었어요. 20년 동안 절 도와준 고마운 형이죠.”




배우 정상훈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로마의 휴일’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배우 정상훈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로마의 휴일’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


정상훈은 최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JTBC 금토드라마 ‘품위있는 그녀’(극본 백미경, 연출 김윤철) 종영 인터뷰를 가졌다. ‘품위있는 그녀’는 요동치는 욕망의 군상들 가운데 마주한 두 여인의 엇갈린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정상훈은 극 중 우아진(김희선 분)의 남편이자 윤성희(이태임 분)와 불륜에 빠지는 재벌 2세 안재석 역을 맡았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면서 대세가 된 것을 실감하고 있어요. 저희 소속사가 배우 중심이에요. 그 중에서 저만 예능 중심이었어요. 박정민, 강하늘 등이 배우로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는데 저는 배우로서 딱히 이렇다 할 게 없었던 거죠. 그래도 황정민 형 다음으로 제가 큰 형인데 동생들 앞에서 배우의 명함을 내밀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그러면서도 너무 들뜨지는 않아야겠다고 끊임없이 자신을 단속했다. 인터뷰 중간 중간마다 겸솜한 태도가 묻어나왔다. ‘40년을 연기해도 겸손해야 한다’는 것이 정상훈의 지론. 이렇게 관심을 받는 시기에 공중에 붕 뜰 수 있는데 어떻게 해서든지 발을 공중에 뜨지 않게끔 땅에 신발을 붙이고 있으려고 한단다. ‘SNL 코리아’에서 하차하지 않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SNL 코리아’에는 남다른 애정이 있어요. 이제까지 저를 만들어준 것에 대한 의리도 있고, 들뜨지 말자하는 마음도 있고요. 제가 ‘칭타오’로 사랑을 받았는데 그것을 버리고 배우라고 아무리 소리 질러도 아무도 안 알아주잖아요. ‘칭타오’도 ‘안재석’도 제가 가진 이름 중 하나에요. 저는 정말, 저에게 배우라고 해도 코미디언이라고 해도 다 기분 좋아요.”


정상훈에게는 어떤 수식어든 크게 중요치 않았다. ‘나는 원래 배우인데 지금은 웃기려고 하는 거야’라는 생각처럼 바보 같은 것이 또 없다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다”며 솔직하게 털어놨다.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은 아빠라는 것. 결혼 후에 무서움과 책임감이 생기니 생각하는 것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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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세까지 연기를 해보고 안 되면 은퇴하려는 생각도 했어요. 만약 그랬어도 잘한 선택이라고 했을 거예요. 꿈도 꿈이지만 저는 아빠니까요. 대부분의 아빠가 내 꿈이 아닌 가족을 위해 살잖아요. 저희 아버지도 제 등록금 마련을 위해 회사를 옮기셨어요. 그런 마음이 아닌가 싶어요. 가게가 대박이 나고 수입이 들어오면 다시 연기를 했을 수도 있겠죠.”

배우 정상훈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로마의 휴일’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배우 정상훈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로마의 휴일’ 인터뷰를 갖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지수진 기자


그렇게 은퇴 생각도 했을 때쯤 ‘SNL 코리아’에 들어가게 됐다. 정상훈에게 고마운 프로그램인 것은 맞지만 그 역시도 냉정한 프로의 세계였다. 아무리 신동엽의 추천을 받았다고 해도 성과가 없으면 나와야 했다. 2년 정도 보고 있었다. 만약 이 계단을 넘지 못한다면 대학로로 돌아갈 수도 없으니 장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드라마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첫 주연 영화 ‘로마의 휴일’ 개봉도 앞두고 있지만, 자신을 이 자리까지 올라오게 만들어준 뮤지컬에도 다시금 도전할 계획이다. 물론 조심스러운 마음이 크다. 돈을 내고 찾아와주는 관객들을 위해 연습, 또 연습만이 살 길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킬은 보여줄 수 있어도 감동은 못 준다는 것.

“무대 위에 서 있으면 몇 백 명 관객들의 기운이 느껴져요. 감정이 같이 가고 있지 않으면 티가 나죠. 객석에서 기침 소리가 나고 핸드폰 불빛이 보여요. 그렇지 않고 모두가 집중할 때는 조명기의 팬소리 밖에 안 나요. 뮤지컬 ‘어쌔신’에서 13분짜리 독백을 할 때 그런 희열을 느꼈어요. 소름이 끼칠 정도였죠.”

그러면서 정상훈은 “나비효과를 믿는다”고 말했다. 손등을 긁는 작은 습관도 정확히 30년 후에 아들이 긁고 있는 것으로 돌아온다며 웃었다. 그렇기에 하나하나 소중할 줄 알아야 한다고, 위에 있는 분들보다는 자신에게 그런 효과들이 더 절실하다고도 덧붙였다. 누군가와 만날 때도 시간을 충실하게 즐기고 최선을 다하면 나중에 돌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저는 꾸준한 것을 좋아해요. 이제까지 온 것도 20년 동안 꾸준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학로 무대에서 날갯짓을 한 게 여기까지 온 거죠. 당장 1, 2년 사이에는 몰라도 5년 뒤에는 또 다른 성과가 있지 않을까요. 혹시 제가 대한민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3명 중의 하나가 될 지도 모르죠. 아, 방금 것은 들뜬 멘트였어요. 꿈도 야무졌네요(웃음).”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양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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