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3위인 한국GM은 지난 2014년 7월 대법원의 판결을 수용, 소급 적용해 3월부터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했다. 그 결과 2014년 한 해에만 약 1,300억원의 인건비가 늘어났다. 3년간 통상임금 등으로 5,000억원 가까이 인건비가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GM 본사는 한국의 인건비 부담이 너무 크고 생산성이 낮다며 추가 물량 배정을 거부했다. 또 ‘임팔라’같이 인기몰이가 예상된 신차는 수입 판매하다 보니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제때 물량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면서 성장 기회를 놓쳤다. 막대한 비용 부담은 마케팅 등 각종 비용을 줄이도록 강제됐다. 한국GM은 누적 1조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돌파구는 찾기 힘들다. GM은 2013년 높은 인건비와 낮은 생산성 등을 이유로 호주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한국GM의 철수설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업계 4위인 르노삼성은 2015년 노사 대타협을 통해 정기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다. 대신 10종의 수당은 통상임금에 포함했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한 것이다. 만약 르노삼성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면 2015년에만 추가로 약 1,168억원의 인건비를 부담해야 했다. 2014년 순익(1967억원)의 60% 수준이다. 특히 르노삼성의 인건비 부담은 르노그룹 내 14개국 23개 공장 중 가장 높은 상황이었다. 통상임금에 정기 상여금까지 포함될 경우 한국 공장은 생산기지로서의 매력이 완전히 사라질 판이었다.
노사가 당장 눈앞의 이익보다 대승적 차원의 결정을 내리면서 르노삼성은 질주하고 있다. 매출은 2014년 3조원대에서 지난해 6조원대로 급성장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3,1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0%나 급증했다. 북미용 ‘로그’ 물량이 확대되고 ‘QM6’의 유럽 수출물량까지 한국이 생산하게 됐다. 국내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의 반복되는 파업에 염증을 느낀 고객들이 ‘SM6’를 대안으로 선택하면서 판매가 급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사례를 보면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했을 때 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잘 알 수 있다”며 “기아차 역시 적자기업으로 전환했을 때 치열한 미래차 경쟁에서 도태되고 한동안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