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교들의 퇴직금 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총장·이사장이 노동청에 고발당한 동국대가 대학원생들에게 “장학금이 환수될 수 있다”며 고발 취소를 종용해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동국대 대학원생들에 따르면 동국대는 최근 대학원생들에게 ‘행정조교 퇴직금 관련 안내’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행정조교가 노동자로 인정되면 임용 기간 4대 보험료 소급액과 대학원생 신분으로 받았던 장학금, 국가연구 과제의 학생인건비 등이 법령과 규정에 따라 환수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조교가 노동자로 인정되면 4대 보험이 보장되고 퇴직금과 연차수당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장학금과 두뇌한국(BK)21 연구비 등은 반환해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 측은 대학원생들에게 퇴직금을 받을지 말지를 선택하고 고발 취소 서류를 작성·날인·스캔해 다음 달 1일까지 보내달라고 종용했다.
취하서에는 ‘서울고용노동청에 제기한 임금 등 체납사건과 관련해 사업주에 대한 처벌을 원치 않는다. 같은 사안에 다시 사건(고발)을 제기할 수 없으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고소의 취소) 등에 따라 고소·고발은 취소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동국대는 “조교의 노동자성이 인정되면 장학금·연구비 등이 환수돼 손해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라며 “학생 개인별로 득실을 계산해보고 퇴직금을 신청하라는 안내 메일이었으며 원만한 행정업무 해결을 위해 고발 취하서 작성에 협조를 당부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고발 취소 서류 제출 여부는 학생들의 자유의사이며 제출하지 않아도 퇴직금은 지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4대 보험 가입자에게 장학금·연구비를 주지 않도록 한 규정의 취지는 학업에 전념하는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대학 조교는 학업에 전념하는 사람으로 볼 수 있으므로 이 경우에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없고 사안별로 법률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대학원생들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용우 법무법인 창조 변호사도 “장학금·연구비를 받을 당시 대학원생들의 신분이나 수령 조건에 문제가 없어 환수가 진행된다면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동국대는 올해 2월에도 조교 52명을 차례로 만나 ‘총장고발 불참’ 확인서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어 3월에는 교원인사팀 직원이 단과대학 간부들에게 “(총장고발 불참) 확인서 제출자 중 행정조교 근무를 원하는 학생이 누구인지 개별적으로 알려주면 해당 학생이 근무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알려져 총장고발에 불참한 조교를 우선 채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동국대 대학원 총학생회는 지난해 12월 조교들의 4대 보험·퇴직금·연차수당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한태식(보광 스님) 총장과 임봉준(자광 스님) 동국대법인 이사장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