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덕(40·가명) 씨는 큰 맘 먹고 초등학생 자녀들과 함께 래프팅에 나섰다. 보트에 올라타자 강물을 따라 움직이며 우거진 숲 속으로 들어갔다. 여유롭게 풍경을 즐기고 있던 차에 강물이 갑자기 빨라진다. 급류 지역에 들어서자 몸이 좌우로 급격히 흔들렸다. 보트가 절벽을 향해 무섭게 질주하더니 낭떠러지로 떨어졌다. 실제 래프팅이었다면 위험천만한 상황이었지만 김 씨의 가족은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가상현실(VR) 속 체험이었던 것이다. 김 씨 가족들은 VR 헤드셋을 벗으며 “와, 진짜 무서웠다”며 활짝 웃었다.
인천 송도에 국내 최대 규모 도심형 VR테마파크 ‘몬스터VR’이 문을 열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VR 콘텐츠 체험존 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된 몬스터VR는 5~10개의 콘텐츠를 확보한 기존 VR방보다 훨씬 많은 40여개의 콘텐츠를 구축했다. 도심에서도 손쉽게 즐길 수 있는 최첨단 놀이시설로의 부상이 기대되는 이유다.
기자가 방문한 31일 오후 몬스터VR에서는 입구부터 행복한 비명 소리가 흘러나왔다. 마치 놀이공원에 온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처음 맞닥뜨린 곳은 정글 존이다. 래프팅은 물론 VR 헤드셋을 착용한 상태로 그네처럼 줄을 타고 오르내리며 번지점프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 혼자서 하는 콘텐츠 외에 2~8명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이날도 친구나 연인, 가족들과 함께 찾은 이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방문객들이 가장 줄을 길게 선 곳은 영화형 VR 코너였다. 4인승 시뮬레이터를 타고 VR을 낀 채 3~5분가량 짧은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는 콘텐츠다. 돌연변이 공룡이 쫓아오는 상황에서 공룡의 추격을 피하는 게 주된 줄거리다. 초등학생부터 30~40대 이용자들까지 줄 서서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았다. 콘진원 관계자는 “지난 1월 미국에서 개최된 VR 영화제 ‘VR FEST’에서 최우수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할 정도로 수준 높은 콘텐츠”라고 귀띔했다.
일반적으로 VR 게임은 이용자가 360도 각도로 시청할 수 있어 장시간 착용시 어지러움을 동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몬스터VR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콘텐츠를 배치했다. 제한된 시선 반경을 유도하는 정글존, 시네마존부터 360도 회전하면서 게임하는 큐브존, 롤러코스터 VR 체험 순이다. 이렇듯 배치한 덕분에 VR이 익숙지 않은 이용자들도 쉽게 즐길 수 있다. 안전을 고려해 움직임 정도에 따라 체험 가능한 이용자의 키도 제한을 뒀다. 방문객들은 높은 몰입도를 한목소리로 치켜 세웠다.
대학생 정지훈(23) 씨는 “롤러코스터 VR을 타보니 실제 놀이공원에서 탄 것과 같은 기분이었다”며 “선로에 따라 몸이 좌우로 흔들리는 데 기대했던 것보다 진짜 같았다”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박성준 몬스터VR 대표는 “놀이공원과 달리 VR 테마파크는 주기적으로 콘텐츠를 바꿀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최첨단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