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는 올해 개봉한 영화 중 첫 번째로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계의 새 역사를 쓰고 있다.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의 참상을 촬영해 전 세계에 알린 독일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그를 태우고 광주까지 동행한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한 지 나흘째 되던 날, SNS에 심상치 않은 글이 올라왔다. 바로 자신의 아버지가 영화 속 주인공이자 실존인물인 ‘김사복’ 이라는 내용이었다. 영화가 흥행하며 자연스럽게 진짜 ‘김사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그의 글은 순식간에 퍼져나갔고 그 사실여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그토록 애타게 찾을 때는 나타나지 않더니, 영화가 개봉한 지 나흘 만에 나타난 이 남자. 그의 주장은 사실일까?
우리와 만난 김승필 씨는 자신의 아버지가 영화 속 그 ‘김사복’이 확실하다며 자신의 가족관계증명서를 내보였다. 그리고 1980년 5월 어느 날, 유달리 특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평소와 달리 아버지가 말도 없이 외박을 하고 돌아왔고, 항상 깔끔한 모습을 유지하던 아버지의 자동차가 여기저기 찌그러져 흠집이 난 상태였다는 것이다. 의아해하는 가족들에게 꺼낸 아버지의 첫 마디는 “같은 민족을 그렇게 죽일 수 있느냐”였다고 한다.
힌츠페터 씨는 광주를 떠난 그 날부터 눈을 감는 날까지 늘 ‘김사복’을 그리워했다고 한다. 힌츠페터 씨는 지난 해 1월 세상을 떠나기 전에도, ‘김사복’을 만날 수 있다면 당장에라도 한국행 비행기를 탈 것이라 말했다. 그 뿐만 아니라, 그는 5.18기념재단에서도 오랫동안 ‘김사복’을 찾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지만 37년이 지나도록 ‘김사복’을 찾을 수 없었다. 왜 이토록 찾기가 어려웠던 것일까?
이런 우리의 물음에 김승필 씨는 자신의 아버지 ‘김사복’은 택시운전사가 아니라는 뜻밖의 말을 했다. 아버지는 일반 택시운전사가 아닌, 호텔 투숙객만을 상대로 영업을 하는 일명 ‘호텔택시’를 운용하던 운수사업가였다는 것이다. 과연 김승필 씨의 아버지가 정말 위르겐 힌츠페터 기자를 광주로 데려다 준 택시운전사 ‘김사복’이 맞는 것일까?
우리는 수소문 끝에 ‘김사복’을 기억하는 호텔 관계자를 만나, 그가 기억하는 ‘김사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진으로 남아있는 김승필 씨 아버지의 차량과 80년 5월 힌츠페터 기자가 광주를 빠져나올 당시 계엄군에게 검문을 당하면서 찍힌 사진 속 차량이 같은 차인지 전문가를 통해 비교분석해봤다. 그리고 그 결과는 놀라웠다.
이번 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인 ‘김사복’이 자신의 아버지라고 말하는 김승필 씨의 주장을 다각도로 검증해본다.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만난, 80년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 과제는 무엇인지 알아본다.
‘택시운전사’ 김사복이 자신의 아버지라 주장하는 김승필 씨의 이야기는 1일 오후 8시 55분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 방송된다.
/서경스타 금빛나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