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말 일본 거품 붕괴와 1990년대 초 미국 경제호황을 정확하게 예측하며 명성을 얻은 해리 덴트는 국내에선 ‘인구 절벽’이라는 용어를 창시한 인물로 더욱 유명하다. 미국에선 그를 대표적인 비관론자로 꼽는다. 인구구조와 주기설을 바탕으로 경제를 예측하는 이코노미스트인 그가 신간 ‘2019 부의 대절벽’에서 내세우는 주장 역시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2019년 모든 자산 가치가 붕괴하는 대공황이 온다는 것이다.
그가 근거로 꼽는 주기는 네 가지다. 첫째는 ‘39년 세대지출 주기’다. 저자에 따르면 모든 세대는 예측 가능한 지출 습관을 보이는데 보통 자녀를 키울 때 지출이 증가하고 은퇴할 무렵에는 줄인다. 문제는 역대 최대의 소비 지출을 담당했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하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은 ‘35년 지정학 주기’다. 이 주기는 17~18년간의 긍정 주기와 부정주기로 나뉘는데 부정적 주기가 되면 전쟁, 테러 등으로 정치적 긴장이 매우 높아지고 위험과 공포지수가 증가한다. 세 번째는 8~13년 호황·불황 주기로 단기적으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꼽는 것은 ‘45년 혁신 주기’다. 어떤 획기적인 기술이 현실에 적용되면 생산성과 효율성이 증가하며 시장이 팽창한다. 그러나 주기의 하강 국면에선 기술이 더 이상 사업이나 생활에 획기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고 시장의 혁신성은 둔화된다. 네 가지가 동시에 하강국면으로 접어든다는 의미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소비 감소, 소비심리 위축, 기술 혁신성 감소 등의 부정적 요인이 한꺼번에 나타난다는 의미다.
문제는 20세기 들어 네 가지 주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며 최악의 경제 위기(1929년 대공황과 석유파동)를 맞이한 적이 두 차례 있는데 또 한차례 하강이 머지않았다는 점이다. 더욱 비관적인 것은 지난 7년간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부양과 양적 완화에 나서면서 쏟아부은 돈이 역대 최대 규모의 버블을 만들었고 67조5,00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총부채(2015년 기준) 등 부작용을 감안하면 이번 버블 붕괴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가 위기의 전조로 예의주시하는 나라가 유럽에선 이탈리아, 아시아에선 중국이다. 특히 중국은 자산 버블 이외에도 고령화와 급격한 도시화로 산업시설은 과도하게 팽창한 반면 노동력 증가 속도는 가파르게 둔화하고 있어 내부적으로는 폭발 직전의 상태라는 지적이다.
제목은 무시무시하지만 이 책은 지옥의 경주에서 살아남는 것은 물론 조정기를 활용해 엄청난 부를 창출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안내서를 지향한다. 책의 대부분을 잿빛 묵시록에 할애한 것은 마지막에 그가 내놓을 솔루션에 방점을 찍기 위한 장치다. 그는 대폭락에 대비한 최적의 투자 전략으로 △높은 등급의 장기 국채 △AAA등급 회사채(정크본드는 디플레이션 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만 유효) △베이비붐 세대가 돈을 쓸만한 사업 △중국이 아닌 인도에 투자할 것을 권한다. 반대로 반드시 피해야 할 투자상품도 있다. 가스, 전기, 영화, 주류, 담배, 카지노 등 불황에도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여겨졌던 주식들은 과거 버블 붕괴기에도 안전한 피난처가 아니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 저자는 미국 부동산이 급격히 떨어져 2006년 초 정점 대비 최소 55%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유한 부동산을 팔아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사무실을 구매하는 대신 임대하라는 조언을 내놓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극단적인 예측과 주장에는 반대의견도 거세게 따라 붙는 법. 미국에서 이 책이 소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5,500선까지 무너질 것이라던 미국 다우지수는 여전히 2만선 위에서 상승세를 타고 있고 석유 가격이 10~20달러까지 하락, 바닥을 칠 거라는 그의 예상과 달리 현재 석유 가격은 비교적 안정돼 있다. 몇 가지 흑역사도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이후 다우지수가 3,000대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그의 잿빛 전망은 실현되지 않았다. 지금의 시장은 인구와 경기사이클, 역사의 반복 가설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계인 탓이다. 1만7,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