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공정위 "이해진 네이버 총수 맞다"

"사실상 지배" 準대기업집단 지정

동원·SM·호반·넥슨도 새로 합류



네이버 등 5개 그룹이 총수일가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받는 준(準)대기업집단으로 새롭게 지정됐다. ‘총수 없는 기업집단’으로 지정해달라던 네이버의 요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일 자산 5조원 이상 57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 발표에서 네이버와 동원·삼라마이더스(SM)·호반건설·넥슨 등 5개 그룹을 새로 지정했다. 공시 대상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총수일가 등 특수관계인에게 일감 몰아주기로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이 금지되고 계열사 주요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네이버는 주요 계열사의 실적개선으로 현금성 자산이 증가한데다 계열사가 17개 늘어나며 총자산 6조5,170억원으로 준대기업집단에 합류했다. 특히 공정위는 네이버의 동일인(총수)을 ‘이해진’으로 지정했다. 이 전 의장은 지난달 14일 김상조 공정위원장 등과 면담하면서 네이버는 기존 대기업들의 지배구조와 달라 자신이 아닌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무위에 그친 셈이다.

공정위는 이 전 의장의 지분이 4.31%에 불과하지만 경영참여 목적이 없는 기관투자가(20.83%)의 지분율과 1% 미만의 소액주주(50.31%)를 제외하면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네이버가 최근 미래에셋대우와 자사주를 교환하면서 1.71%의 우호지분을 확보했다는 점도 고려됐다. 또 네이버는 지난 2015년 4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자료를 제출할 때 이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한 바 있다.


박재규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네이버의 주장에 대해 “자연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해외 투자활동에 지장이 생기고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다고 하는데 이유를 모르겠다”며 “같은 논리라면 자연인이 동일인인 삼성·현대 등도 모두 투자활동에 제약을 받아야 한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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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네이버는 이 전 의장과 관련된 ‘지음’ ‘화음’ ‘영풍항공여행사’ 3곳의 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생겼다. 이들의 자산을 합치면 700억원에 육박한다. 당장 이들 업체에서 불법행위가 적발되지는 않았지만 공정위가 해당 기업과 네이버 간 불공정거래 여부를 지속 감시할 예정이라 네이버는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신규 준기업집단에는 동원·SM·호반건설·넥슨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 모두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동원그룹이 8조2,240억원으로 자산총액이 가장 많았다. 동원그룹은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종속기업의 주식 평가방법 변경과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등으로 자산이 많이 늘었다. 한진해운 미주·아시아노선을 인수한 SM그룹도 자산이 7조230억원으로 크게 늘어 준대기업집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업 호조로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호반건설(6조9,910억원)과 넥슨(5조4,930억원) 역시 준대기업집단으로 추가됐다.

다만 지난해 4월 기준 12조3,000억원의 자산을 보유했던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매각과 현대상선 구조조정 등으로 자산이 2조6,000억원으로 쪼그라들어 준대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됐다.

한편 2년 연속 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지정된 52개 그룹의 자산총액은 1,842조원으로 지난해 4월1일(1,754조원)보다 5%가량 증가했다.

/세종=김상훈·강광우기자 pressk@sedaily.com

강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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