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6차 북핵 실험 어떻게 대처할까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서경펠로

대화에 집착하는 모습 버리고

한미동맹 정신 복원·강화 필요

핵 공유모델 통해 自强 노력을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일요일의 충격은 심각하다. 76세인 리춘희 조선중앙TV 아나운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 수소탄 성공을 알리는 목소리는 한반도 안보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졌다. 김정은의 브레이크 없는 핵 폭주가 종착점에 도달하고 있다. 북한 6차 핵실험의 위력은 5차에 비해 최소 5배로 역대 최강이다. 첫 실험 11년 만에 핵무장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북핵은 기정사실화됐다. 위기의 한반도는 격랑으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첫째, 냉정한 현실인식이다. 6차 핵실험으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 같은 한국 주도의 대북정책은 입지를 상실했다. 레드라인 해석에 대한 논란도 무의미하다. 지난달 문 대통령은 ‘북한이 ICBM을 완성하고 거기에 핵탄두를 탑재해 무기화하는 것’을 레드라인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측은 6차 핵실험 이후에도 “레드라인이 핵과 ICBM의 결합이라고 (문 대통령이) 말했는데 ‘완성 단계의 진입을 위해서’라는 북한의 표현은 완성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라며 북한이 아직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청와대의 해석은 외눈박이 사고다. 100번 양보해서 청와대 측의 설명대로 북한이 레드라인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해도 최소한 레드라인을 밟은 것은 분명하고 이를 넘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난 10여년간 국제사회의 경고를 거듭 무시해온 북한 정권에는 레드라인이라는 말이 더 이상 위협이 될 수 없다. 앞으로도 북한에 레드라인이 통할 것으로 믿는다면 순진한 이상주의자다. 대통령이 여전히 남북대화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주면 외교안보 부처는 평양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정책은 상황에 따라 변화가 불가피하다. 좋은 정책은 유연한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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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한미동맹 강화다. 6차 핵실험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한국은 내가 말했듯이 북한과의 유화적 대화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알아가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6월 말 트럼프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대북 유화정책에 대해 묵인은 했지만 동의하지는 않았다. 한미동맹의 균열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세계 최강의 미국이지만 북한을 억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혈맹이라는 한국이 북한에 대응하는 전선에서 미국과 100% 함께하지 않는다면 미국의 선택은 ‘코리아 패싱’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 우선 미국은 한미 간 안보동맹을 경제동맹으로 연결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비롯한 경제적 독자노선 추구가 이어질 것이다. 안보와 경제가 패키지가 돼야 한다는 점은 미일동맹에서 확인된다. 한미동맹은 미일동맹과 비교할 때 양적·질적 측면에서 하부구조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한국전쟁에서 희생으로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한미동맹의 정신을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 경제도 윈윈(win-win) 전략으로 순항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강(自强) 안보전략 추진이다. 6차 핵실험으로 한국은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단계에서 등에 짊어지고 있는 수준으로 내몰렸다. 대책이 절박한 시점이다. 지난달 중국과 인도 간 국경분쟁에서 양국 군인들이 몸싸움이나 투석전으로 자제하는 장면은 양측이 핵보유국이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비대칭적(asymmetric) 핵무기를 각각 보유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양측이 자제할 수 있다. 핵무기 보유의 역설이다. 핵무기와 탄도미사일로 무장한 북한을 상대하는 데 기존 재래식 무기로는 한계가 있다. 한국도 1단계로 1991년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철수한 미군 전술핵을 반입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형 핵 공유 모델을 벤치마킹해야 한다. 물론 미국의 유보적 입장과 중국의 반대로 쉽지는 않다. 국경을 맞댄 국가의 경우 상대방도 핵무장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주지시켜야 한다. 1964년 중국의 핵실험과 이웃 인도의 1974년 핵실험 그리고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의 1998년 핵실험은 전형적인 대응사례다. 한국이 필사적인 자강 노력을 하지 않으면 국가의 존속은 사상누각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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