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한국에서 대기업 M&A가 쪼그라드는 이유

공정거래위원회가 4일 내놓은 기업결합동향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이 상반기에 추진한 기업결합이 45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23.7%(14건)가 줄었다. 금액으로만 보면 15조원을 넘어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늘었지만 ‘속 빈 강정’이다. 1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건을 빼면 되레 감소했기 때문이다.

전체 금액·건수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걱정은 인수합병(M&A)의 알맹이가 없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비계열사 간 기업결합이 지난해보다 6건이나 감소하는 등 신산업 진출로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M&A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구조조정 목적의 계열사 간 이합집산을 빼고는 M&A가 쪼그라들고 있다는 얘기다.


반면 외국 업체들은 국내 기업 사냥에 적극적이다. 상반기 중 외국 기업이 한국 업체를 결합한 건수는 24건으로 전년보다 4건 증가했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체를 활발하게 사들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일본은 물론 중국 기업까지 우리 기업에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이대로 가다가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국내 알짜기업을 외국에 모조리 빼앗길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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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에도 글로벌 기업들은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고 신산업 진출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낡은 규제도 모자라 새 잣대를 들이대며 기업을 옥죄고 있다. 공정위가 도입을 검토 중인 기업분할명령제가 대표적이다. 안 그래도 대기업은 30년 전에 만들어진 대기업집단지정제도에 따라 복잡한 규제를 받고 있다. 인터넷기업인 네이버에도 이런 오래된 ‘제조업 규제’가 그대로 적용됐다.

이 같은 상태에서는 신산업 육성은커녕 지금 있는 기업들의 생존도 장담할 수 없다. 우리 기업들이 국내외에서 활발한 M&A로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규제 덩어리부터 풀어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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