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가

KPI까지...도 넘은 금융노조

文정부 친노동정책 기조 편승

성과측정 기준 전면개편 요구

금융노조가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동정책 기조에 편승해 은행 집단성과급의 기준이 되는 핵심성과지표(KPI)의 전면개편을 요구하고 나섰다. KPI는 은행 내부의 유일한 성과측정지표로 매년 초 KPI를 기초로 지점과 본부급에 성과급을 지급한다. 일부에서는 KPI 전면개편은 제도의 무력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은행 내부의 경쟁이 사라져 장기적으로 은행 경쟁력 자체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이용득·박용진 더불어민주당국회의원실과 공동으로 ‘은행권 과당경쟁 근절을 통한 금융공공성 강화 및 금융소비자 보호방안 토론회’를 개최해 KPI 전면개편을 주장했다. 최근 들어 통합멤버십관리 서비스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인형퇴직연금(IRP) 등 신상품이 출시될 때마다 은행들이 과도한 가입 경쟁을 벌여 각종 부작용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을 단기 실적평가 항목 비중이 높은 KPI로 지적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이에 금융노조는 100여개에 달하는 현행 KPI 제도 항목 수를 대폭 축소하고 중장기적 실적평가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송원섭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은행 직원 3만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인용해 “전체 응답자의 87%는 ‘고객의 이익보다 KPI 실적에 유리한 상품을 판매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며 “KPI 평가제도는 현 정부의 생산적 금융, 포용적 금융과도 어울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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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호 금융경제연구소장은 ‘금융지주나 은행 경영진이 자신들의 실적을 쌓기 위해 KPI를 활용해 직원들을 압박하고 이렇게 얻어진 이익은 주주인 기관투자가나 해외 자본에 돌아간다’는 논리를 폈다. 축사를 맡은 박용진 의원은 “은행들의 과당경쟁은 금융기관의 건전성을 해칠 뿐 아니라 불완전판매 등 금융소비자의 피해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노력하겠다”고 법 개정 의지를 드러냈다.

김영주 노동부 장관이 금융노조 출신이고 현 정부 출범에도 금융노조가 기여한 점이 많다는 점에서 금융노조의 입김이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지주는 KPI의 복잡한 현행 체계를 보완할 필요가 있지만 전면 개편주장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금융지주 회장 연임 등 이슈가 걸려 있어 노조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이 커 KPI도 결국 노조가 원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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