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일 밤 전화통화를 통해 전격 합의한 한미 미사일 지침의 탄두 중량 제한 해제는 우리 군의 공격력을 크게 증강 시키게 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군 전문가들은 탄두 중량 해제로 우리 군이 유사시 운용할 수 있는 미사일의 타격력이 미국의 전술핵과 맞먹는 수준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날 양국 정상이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 조치로서 중량 제한을 풀기로 한 탄두는 공격 목표물에 직접적인 충격을 가하는 미사일의 핵심 장치다. 탄두의 종류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탄두가 무거울수록 파괴력은 더 커진다.
하지만 그간 우리 군은 1979년 한미 양국이 함께 미사일 지침을 작성한 후 38년간 미사일에 제한적인 탄두만 탑재해왔다. 여러 차례 미사일 지침 개정이 있었지만 현재 우리 군의 사거리 300㎞ 탄도미사일(현무-2A)에는 2톤, 500㎞ 탄도미사일(현무-2B)에는 최대 1톤의 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사거리가 가장 긴 800㎞ 미사일에(현무-2C)는 최대 500㎏ 탄두만 탑재 가능하다. 사거리와 탑재 가능한 탄두의 중량이 반비례하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군의 미사일이 북한의 지하 핵심 시설까지 파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그간 계속해서 제기돼왔다.
그러나 이번 탄두 중량 제한 해제로 우리 군의 타격력은 크게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말 그대로 ‘괴물급’ 탄도미사일 개발이 가능해진다. 우리 군은 일단 탄두 중량을 최대 2톤까지 키울 예정이다. 이런 탄두라면 20m 두께의 강화 콘크리트까지 뚫을 수 있다. 탄두 중량 300㎏인 미군의 에이태킴스가 10m짜리 강화 콘크리트 구조물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2톤 중량의 탄두는 유사시 북한이 보유한 어떤 시설도 파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 전문가들은 미국의 전술핵무기 재배치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군 당국의 한 관계자는 “탄두 중량 2톤 규모의 지대지 탄도미사일은 북한의 핵 사용 의지가 뚜렷해질 때 핵과 미사일 기지, 북한군 전쟁지휘부 등을 무력화시키는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운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사실상 탄도미사일의 사거리 연장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한국군 탄도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는 800㎞. 이마저 2012년 박근혜 정부 당시 미국을 설득해 가까스로 얻어낸 것이다. 그 이전까지는 한미 미사일 지침에 의거 사거리가 500㎞에 묶여 있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동일한 사거리를 갖고 있는 탄도미사일의 탄두 중량을 줄이면 사거리가 늘어나기 마련”이라며 “탄두 중량 해제의 숨은 의미는 사거리 증대에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러시아의 오카(OKA) 지대지 탄도미사일이 탄두부와 추진체를 분리해 필요에 따라 사거리를 조정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보다 무거운 탄두를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으나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땅한 운반 수단(로켓)이 없기 때문이다. 5톤급 이상 탄두를 적재하고 날리려면 추진체가 나로호 위성 운반체 정도로 커져야 하고 이는 중거리탄도미사일(IBRD)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권홍우·정영현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