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된 가운데 약정할인율 상향으로 연간 수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이동통신사들이 사물인터넷(IoT) 인프라 사업에서 활로를 찾고 있다. 국내 휴대전화 회선 수는 최근 3년간 제자리걸음을 한 반면 IoT 가입자 수는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가정용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이어 조만간 자율주행차까지 상용화될 경우 IoT가 이통사의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국내 사물인터넷 회선 수는 지난 7월말 611만개로 이통사의 관련 매출 규모도 연 6,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는 과기정통부가 IoT 회선 수를 별도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14년 10월의 333만개 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수치다.
이통사들은 IoT와 관련한 수익규모를 별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지난달 기준으로 최소 월 552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차량관제 관련 IoT 회선이 126만개로 이통사의 화물차 관련 차량관제 요금제(월 1만6,500만원)를 고려하면 약 207억원으로 추정된다. 태블릿PC는 관련 회선이 65만개이고 요금제가 1만9,800원부터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소 시장규모가 13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웨어러블 기기의 경우 회선 수가 107만 건이고 요금이 1만1,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117억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각종 카드 단말기 등에서 이용되는 무선결제 회선 수도 71만 개(회선당 1만1,000원)를 감안하면 78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또 원격 관제 회선 수는 219만 개인데 관련 요금제가 SK텔레콤(017670)의 IoT 전용망인 로라(LoRa)망 기준으로 385원에서 2,200원 사이인 것을 감안하면 회선당 1,100원 수준으로만 계산해도 20억원 이상이다.
특히 IoT 인프라 시장은 아마존의 ‘에코’를 비롯해 네이버의 ‘웨이브’, SK텔레콤의 ‘누구’, 카카오의 ‘카카오 미니’ 등 AI 스피커 출시가 늘어날 수록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도 내년께 IoT 기반으로 가전기기를 음성 제어할 수 있는 AI 스피커를 출시할 예정이라 시장은 더 급성장할 예상이다. 한 가정에 냉장고, 전등, TV 등과 연결된 수십 개의 IoT 회선이 생기기 때문에 수년 뒤에는 휴대전화 회선 규모를 넘어설 수도 있다.
이통사들이 가장 크게 기대하는 시장은 자율주행차 부문이다. 인텔 등에 따르면 자율주행차는 대당 하루에 4테라바이트(1TB=1,024GB) 이상의 데이터를 양산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19년께 5G가 상용화될 경우 데이터당 통신요금 또한 낮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자율주행차와 IoT 활성화 등으로 데이터 생성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통사 매출도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보급이 사실상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이통사들은 IoT와 같은 신성장 동력으로 활로를 찾을 수밖에 없다”며 “연간 수조 원대의 매출을 기록 중인 이통사들 입장에서 현재는 매출에서 IoT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지만 수년 뒤에는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