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가격 거품 논란…개인투자자 불신 부르는 공모주

올해 상장한 47개 기업중 14곳 공모가보다 주가 낮아

중소 운용사 물량 따내려 적정가보다 높은가격 제시 탓

"보호예수로 1·3·6개월 후 물량 쏟아져 급락" 지적도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들이 부쩍 늘고 있지만 공모주 가격 거품 논란으로 개인 투자자들의 불신을 사고 있다. IPO 기업의 공모가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의 수요예측을 통해 결정된다. 최근 적정 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상장 이후 공모가를 밑돌며 IPO 시장 투자자들의 원망을 사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발행사는 47개로 연말 기준 지난 2012년 이후 올해가 가장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에는 상·하반기 합쳐 28개의 기업이 상장했고 이후 점차 늘어나 지난해에는 68개사가 상장했다. 발행사의 상장 수요는 통상 하반기에 더욱 늘어나는 만큼 금융투자 업계는 올 하반기 공모자금 규모가 2조원을 충분히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호텔, 이랜드리테일, 발전자회사 등 초대형 IPO 대상 기업들이 상장을 미룬 상황에서도 중소형 기업들의 증시 데뷔가 끊이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47개 상장사 중 30%가 넘는 14개 상장사가 공모가보다 시장가가 낮아 투자자들은 한숨을 쉬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한 피씨엘은 -37.63%로 손실 폭이 가장 크고 NH투자증권(005940)이 대표 주관한 호전실업(-30.80%), 하나금융투자가 대표 주관한 아우딘퓨쳐스(-21.54%), 미래에셋대우(006800)가 대표 주관한 모트렉스(-20.50%) 등 대형 증권사가 나선 상장도 손실을 보고 있다.

공모가 거품 논란의 원인은 두 가지다. 수요예측 전 희망 공모가격대(밴드)를 설정하는 대표 주관사가 너무 높은 가격을 설정하거나 수요예측에서 가격과 물량을 써내는 기관투자가가 물량을 확보한 탓이다. 2월 상장한 피씨엘은 지난해 말 희망공모가가 1만1,300~1만4,400원이었지만 너무 높다는 비판에 따라 공모가 8,000원에 상장했다. 그러나 현재는 5,000원에 머물고 있으며 장중 5,000원이 무너지기도 했다.


8월 상장한 모트렉스는 590개 기관이 몰려 357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참여기관의 88.5%가 공모 희망가격대의 상단을 제시하며 기대를 모았다. 그 결과 공모가격은 희망가격의 최상단인 3만8,300원이지만 이날 종가는 3만1,900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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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중견 증권사 관계자는 “중소형 자산운용사는 물량을 많이 배정받기 위해 과도하게 높은 가격을 부르는 경우가 있다”면서 “과거에는 주관사가 희망공모가격과 과도하게 멀거나 운용사의 운용 규모와 능력을 따져 결정했지만 지금은 수요예측 가격의 상위 80% 내에서 결정하도록 제도가 바뀌면서 오히려 시장가격과 멀어졌다”고 말했다. 발행사가 반대해 주관사가 가격을 낮추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자산운용사의 운용역끼리 정보를 교환하는데 과거 수익을 많이 낸 운용역이 특정 종목이 좋다고 하면 다른 운용역이 따라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금융당국은 시장원리에 맞춰 가격을 정하도록 제도를 개선했지만 참여자의 관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오히려 시장과 멀어진 가격이 나오는 셈이다.

상장 이후 가격이 조정될 기회를 놓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행사의 최대주주 등 기존에 지분을 갖고 있던 주주는 단기 차익을 얻지 못하도록 거래를 1개월·3개월·6개월 단위로 금지하는 보호예수기간을 설정한다. 공모주에 대한 수요는 상장 직후에 가장 많은데 이 기간에 정작 물량이 없어 거래가 되지 않는 것이다. 1개월 후부터 물량이 쏟아지지만 이미 다른 공모주로 수요자의 관심이 몰리면서 기존 공모주는 다시 폭락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제도를 설계하는 금융당국 관계자들의 주식 투자가 규제받다 보니 이론만 시장원리에 맞을 뿐인 제도가 나온다”면서 “수요예측제도는 개선할 시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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