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그래도 불안하다

정상범 논설위원

안보선동에 휘둘리지 않는다지만

근거없는 낙관론에 무력감 쌓이고

경제 홀대에도 기업 분투로 버텨

"신뢰항아리 한번 금가면 깨진다"

정상범 논설위원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따른 먹구름이 한반도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국민들은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북핵 관련 소식을 접하며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외신들은 한술 더 떠 5대 시나리오니 ‘제 2차 한국전쟁’ 식의 추측성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평양의 김일성 동상을 꼭 찍어 타격한다거나 제한 공습론까지 거론되는 등 우리로서는 섬뜩한 얘기다. 해외에 사는 지인들로부터 안부 전화라도 받을라치면 우리나라가 어쩌다 이런 지경에 이르렀는지 답답할 뿐이다.

그나마 국민들이 평정심을 갖고 일상을 영위하고 있어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청와대 주장처럼 끊임없는 안보 불안 선동에 흔들리지 않는 성숙한 국민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여기에는 정부가 외교·안보 상황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을 것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작금의 안보상황이 우리의 통제범위를 벗어나 미국과 중국 등 주변 강대국의 손에 휘둘리고 있다는 무력감이 국민들 사이에서 팽배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 정부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다 보니 자율주행차를 모는 게 아니냐는 푸념마저 나오는 판이다. 사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북한 정권이 대남정책에서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했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과거 정권과 달리 대화가 먹힐 것이라고 애써 자기 최면을 걸었던 것이다. 하지만 10년 전과 확연히 달라진 주변 정세를 정확히 읽지 못한 채 대북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사태를 더욱 꼬이게 만들었을 뿐이다. 여권에서조차 다른 분야에서 애써 얻는 점수를 외교·안보에서 다 까먹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솔직한 고백과 진정한 소통이다. 복잡한 국제정세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촘촘한 대북 방어망을 구축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얘기를 듣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해외 정상 간의 통화만 이뤄지면 꼭 뒷말이 나오고 해명자료나 부연설명이 이어지는 장면이 어느새 익숙해지고 말았다. 여권 내에서도 대북정책에서 엇박자를 내다보니 국민들로서는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헷갈리게 마련이다. 게다가 정치권마저 정쟁에 매달려 오히려 국민의 걱정을 키우고 있어 믿고 기댈 언덕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국민은 정권과 이념을 떠나 나라의 안보를 지켜주는 대통령을 원하고 있다. 정치권도 외교·안보 문제만큼은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한마음으로 뭉쳐 국민의 신뢰부터 쌓아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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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새 정부 들어 법인세 인상, 최저임금 인상에 통상임금 소송까지 겹쳐 기업들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세계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를 타고 있는데 우리만 따로 놀고 있다니 걱정이다. 그나마 올 들어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세를 유지하는 것은 수출 지역과 품목을 다양화하면서 뛰고 있는 기업들의 분투 덕택이다. 정부 역할이라고 해야 기업을 윽박지르거나 발목을 잡을 뿐 번듯한 수출촉진대책이나 산업정책을 내놓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우리 경제를 지탱해온 글로벌 경쟁력을 상실하고 후발주자에게 따라잡히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안보가 흔들리는 와중에 민간의 경제활력마저 떨어지다 보니 우리가 정말 제대로 나아가는지 의구심을 갖는 이들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다.

아무리 잘 만든 항아리라도 한 번 금이 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법이다. 새 정부가 높은 지지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국민의 걱정이 쌓여간다면 언제 추락할지 모를 일이다. 새 정부는 집권하면 강하고 평화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국민외교’를 통해 국익을 관철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고도 했다. 지금처럼 어려울수록 정부가 확고한 중심을 잡고 민간의 활력을 살리면서 믿음을 주는 정치를 펼쳐야 한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ssang@sedaily.com

정상범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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