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제발, 이것만은 바꿉시다Ⅱ]"김 대리, 프사 보니깐 요새 좋은가봐"

< 1 > 일상 속 갑질언어

카톡·페북 등 들여다보고 농담

SNS 탓에 사생활 경계 무너져

“김 대리, 요새 사진 보니 좋은가 봐.”

김모(35) 대리가 출근하자마자 한 선배가 웃으며 말을 건넸다. “아차”하며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던 사진을 지우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 선배는 “여자친구랑 결혼은 언제 하느냐” “칼퇴근하더니 데이트 다닌 거냐” 등 김 대리의 일상을 모두가 듣는 앞에서 계속 들춰냈다. 김 대리는 지난달 선배가 보낸 페이스북 친구추가 요청을 받아줬다가 이 같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 대리는 “회사 사람들이 볼 거라 생각하니 직장 얘기는 물론 소소한 사생활 얘기도 마음 놓고 올리지 못한다”며 “친해지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내가 공개하지 않은 정보까지 다 공개되는 것 같아 찝찝하다”고 말했다.


시공간을 넘어 개인을 연결하는 SNS가 활성화되면서 일과 휴식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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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교육 전문기업 휴넷이 직장인 8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9.4%는 ‘SNS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져서(15.8%)’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 돼서(14.6%)’ ‘사생활이 노출돼서(8.6%)’ ‘상사 및 동료와 연결되는 것이 싫어서(7.2%)’ 등을 꼽았다.

SNS를 통한 업무지시는 이미 일상화된 지 오래다. 지난해 회사를 그만둔 황민아(30)씨는 “‘좋은 내용이니 읽어보라’며 퇴근 후에도 각종 뉴스를 보내던 상사 때문에 늘 긴장 상태에 시달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상사는 퇴근 후에도 ‘참고용’이라며 외국 저널을 카톡으로 보내고 휴일에는 포럼행사 일정을 보내주곤 했다. 황씨는 “처음에는 호의로 생각하고 넘기려 했는데 나중에 ‘어땠냐’고 꼭 되묻다 보니 무시할 수도 없었다”며 “본인의 일 중독 성향 때문에 나까지 피해를 보는 것 같아 억울했다”고 털어놓았다.

‘카카오톡’ 등 SNS를 활용한 업무지시로 과로가 일상화되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회사 업무에서 SNS 대화방은 매우 효율적이고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기술(IT) 기업에 다니는 서모(32)씨는 “IT 관련 회사를 다니다 보니 모든 업무가 사실상 SNS 메신저로 이뤄지고 있다”며 “스마트폰을 통해 내가 업무지시를 받기도 하지만 업무지시를 내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신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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