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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위안부 소재·추석 상영 ‘아이 캔 스피크’, 절묘한 상업영화의 진심

‘아이 캔 스피크’의 개봉 시기가 상당히 절묘하다. 추석에 전할 세대 간의 감동, 위안부 문제의 상기 모두 잡은 영화다.






6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아이 캔 스피크’(감독 김현석)가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아이 캔 스피크’는 민원 건수만 무려 8,000 건, 구청의 블랙리스트 1호 도깨비 할매 옥분(나문희)과 오직 원칙과 절차가 답이라고 믿는 9급 공무원 민재(이제훈)이 영어를 통해 운명적으로 엮이게 되면서 진심이 밝혀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아이 캔 스피크’는 9월 2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10월 3일부터 시작하는 추석 연휴를 겨냥한 영화다. 영화 중반에도 구청 직원들이 한복을 입고 민원 접수를 하는가 하면, 주인공 옥분과 민재가 보름달에 소원을 비는 장면으로 명절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았다.

그렇게 시나리오부터 추석을 언급한 이 영화는 ‘추석용 영화’로 기성세대의 감성을 자극하는 코드를 집약해 이야기를 채운다. 예년 추석 영화의 흥행 공식에 들어맞게 ‘웃음과 감동’ 모두로 관객을 끌어 모은다. 기성세대의 애환이 묻어나는 대사도 상당수다.

중심 소재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자행한 군 강제 위안부 성폭력 사건은, 현재까지 희생자들이 버젓이 생존함에도 자국의 부정으로 한국 사회에 여전히 공분을 사고 있다.


모든 세대가 주목할 만한 소재로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를 언급함으로써 ‘아이 캔 스피크’는 ‘적어도 역사적 의식을 가지고 봐야 할 영화’가 된다. 소재, 개봉 시기 면에서 상당히 절묘한 ‘상업 영화’의 색깔을 띠는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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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영화가 폄하될까 염려되기는 하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가 단 35명밖에 생존하지 않은 현 상황에서 마땅히 주장해야 할 역사적 문제를 다뤘음에도 그 가치가 가벼워지지 않을까하는 염려다.

/사진=리틀빅픽쳐스, 롯데엔터테인먼트/사진=리틀빅픽쳐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만약 작품의 완성도가 미흡했다면 더 큰 오해를 부를 수도 있을 텐데, 전반적인 만듦새가 퍽 괜찮다. 민원 도깨비 옥분의 지역 활약상, 귀여운 코믹 요소를 장착한 구청 직원들, 민재 형제의 이야기, 옥분의 증언 모두가 극으로 한 데 잘 어우러졌다. 다만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시도 때문에 경쾌한 1부, 울림의 2부로 톤이 나뉜 느낌이다.

개별 캐릭터 모두가 생동감 있는 점도 큰 장점이다. 나문희, 이제훈을 제외한 진주댁 염혜란, 족발집 주인 이상희, 민재 동생 성유빈, 구청 팀장 박철민, 구청직원 정연주, 이지훈 옥분 친구 손숙, 옥분을 돕는 김소진까지 역할을 충실하게 한다. 특히 박철민은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웃음 지분의 상당부분을 담당한다.

이제훈이 “나문희의 연기에 감사하다”고 말했듯,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로 분한 나문희의 결정 자체가 깊은 인상을 남긴다. 나문희는 진심으로 피해자의 입장에 이입해 서툴지만 성실하게 영어를 배우는 귀여운 할머니의 면모부터 법정에서의 논리적인 하소연까지 다양한 감정선과 사건을 소화한다.

이제훈은 이번에도 새로운 변신으로 눈길을 끈다. 전작 ‘박열’에서 강렬하게 도발하는 독립투사를 보였다면, 이번에는 건조한 구청 공무원 역을 맡았다. 꿈을 접고 그저 안정된 삶을 추구하며 다분히 사무적으로 민원을 처리하던 경직된 모습에서 옥분의 사연을 알고 진심을 다하는 따뜻한 모습까지 캐릭터의 변화를 고루 보여준다.

‘아이 캔 스피크’는 일본군 위안부 사죄 결의안(HR121)이 통과됐던 2007년 미 하원 의회 공개 청문회 당시를 재조명했다. 휴먼 코미디 장르 안에 묵직한 메시지를 담아 옥분의 해프닝들을 쫓아가다 보면 최후에 맞는 울림이 확실히 있다. 동시기에 개봉하는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다큐 요소를 강조했다면, ‘아이 캔 스피크’는 극적 전달 메시지로 또 다른 진실 규명을 한다. 좀 더 친근하고 색다른 방법으로 관객에게 문제를 제시하는 영화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한해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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