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이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임금인상률을 물가에 연동시킨다.
이에 따라 해마다 관행처럼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씩 걸리던 임금협상 과정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이런 시도가 다른 기업으로도 확산하면 국내 노사협상 문화에 상당한 변화가 일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8일 조합원 투표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7년 임금·단체협약 갱신 교섭(임단협) 잠정 합의안’이 73.6%의 찬성률로 가결됐다고 9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 노사는 이에 앞서 지난 4월 말 임단협 교섭을 시작했으며 지난 8월 25일 잠정 합의안을 끌어냈다. 이번에 가결된 임단협 관련 조인식은 오는 12일 서울 서린동 사옥에서 진행된다.
이번 합의에 따라 매년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한국은행 발표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연동된다. 이에 따라 올해 임금인상률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로 결정됐다.
SK이노베이션은 “밀고 당기기 식의 소모적인 협상 관행에서 벗어나 발전적 노사 관계로 진화할 수 있는 ‘한국형 노사 교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며 “상호 신뢰에 기반을 둔 임금교섭 프레임을 도입함으로써 노사 갈등으로 인한 부작용을 일시에 해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사는 아울러 기본급의 1%를 사회적 상생을 위한 기부금으로 출연하기로 합의했다.
직원이 기본급의 1%를 기부하면 같은 금액을 회사가 적립하는 ‘매칭 그랜트’ 방식이다.
이는 SK이노베이션 임직원이 지난 2007년부터 자발적으로 해 오던 ‘1인 1 후원 계좌’ 기부를 제도화한 것이다. 모인 금액은 소외계층 지원에 사용된다.
이와 함께 노사는 임금 체계 개선안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획일적인 ‘호봉 인상률’을 생애 주기별 자금 수요와 근로자의 역량·생산성 향상도에 맞게끔 조절하는 안이다.
일정 비율로 해마다 꾸준히 상승하던 기존 임금 체계를 바꿔 결혼, 출산, 교육 등에 많은 돈이 필요한 30~40대에는 인상률을 높이고 50대 이후에는 줄이는 체계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임금 최고점을 조정하고 생산성에 따른 합리적 구조로 변경해 근로자 생애 주기에 맞춘 ‘SK식 임금체계’라고 SK이노베이션은 설명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의미 있는 노사 관계 모델을 만들어 냄으로써 SK는 물론 우리 사회가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업가치 30조원을 넘어 50조원, 100조원 시대를 열 훌륭한 추진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