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브리핑+백브리핑] '비자금 스캔들' 말聯 총리, 트럼프 초청으로 방미

나집 라작(가운데) 말레이시아 총리/수방=EPA연합뉴스나집 라작(가운데) 말레이시아 총리/수방=EPA연합뉴스




미국 백악관이 사상 최대 규모의 비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를 받는 나집 라작 말레이시아 총리를 초청해 논란을 빚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나집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2박3일간의 방미 일정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이번 방문은 미 법무부가 나집 총리의 대규모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한 수사에 착수한 직후 성사됐다. 나집 총리와 측근들은 말레이시아 정부가 경제개발 명목으로 국부펀드인 말레이시아개발유한공사(1MDB)를 통해 조성한 130억달러(약 14조8,000억원)의 대출금 가운데 수십억달러를 빼돌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미 법무부는 1MDB 자금을 동원해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고가의 부동산과 예술품 등 미국 내 자산에 대한 압류절차를 밟아왔다. 이들 자산의 가치는 총 1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해당 자산에는 고흐와 모네의 그림, 뉴욕과 베벌리힐스의 부동산, 영국 런던의 펜트하우스, 2억5,000만달러짜리 요트 등이 포함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건의 핵심인물인 나집 총리를 초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WSJ는 최근 사설에서 “스캔들로 물든 지도자에게 백악관에서 사진 찍을 기회를 주는 것 이상으로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비판하는 등 미국 내 논란이 고조되고 있다.



■논란에도 초대 강행 이유는


무역적자 축소·대북제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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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보다 ‘득’ 많은 결정” 분석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횡령 스캔들의 중심에 있는 나집 총리를 백악관에 초청한 것은 그가 미국에 안길 막대한 선물 보따리를 고려할 때 ‘실’보다 ‘득’이 많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우선 말레이시아와의 무역에서 연간 250억달러 상당의 적자를 기록하는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이 이 문제를 해결할 절호의 기회다. 양국 정상은 12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열어 미국과 말레이시아 간 무역수지 불균형 문제를 중점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안보협력과 미국산 무기류 수출도 트럼프 대통령이 노리는 카드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말 중국으로부터 연안임무함(LMS) 네 척을 구매한 바 있다. 이는 말레이시아가 중국산 무기를 대규모로 구매한 첫 사례로 남중국해의 주도권을 두고 중국과 대립해온 미국에 상당한 타격으로 여겨졌다. 일각에서는 나집 총리가 북한 핵실험 관련 대북제재 협력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라자나트남국제연구원(RSIS)의 요한 사라바누무투 수석 연구원은 “대외정책 측면에서 트럼프는 ‘이슬람국가(IS)’와 북한·중국을 명백히 염두에 두고 있다”면서 “말레이시아는 결정적이지는 않아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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