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들어 외국인 매도 공세에 주춤했던 정보기술(IT)주가 최근 높은 상승세를 타면서 코스피 지수 회복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005930)를 중심으로 주요 기업들의 실적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IT주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북한 핵실험에서 비롯된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해 외국인 수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IT주 랠리가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66%(15.36포인트) 오른 2,359.08에 장을 마쳤다. 지난 3일 북한 6차 핵실험으로 지난주 하락세를 거듭한 뒤 6거래일 만에 2,350선을 회복했다. 장중 한때 2,369.72까지 오르며 2,370선을 노리기도 했다. 개인과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2,329억원, 1,362억원을 팔아치웠지만 최근 강한 매수 흐름을 보이는 기관이 이날도 3,458억원을 사들여 지수 상승을 유도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 IT주가 코스피 지수를 이끌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1.47%(3만 6,000원) 오른 249만원에 장을 마쳤다. 5거래일 연속 상승 흐름을 보인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250만9,000원을 찍으며 7월27일 이후 처음으로 250만원선을 넘었다. SK하이닉스는 장중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는 등 1.65% 오른 7만3,800원으로 마감했다. IT 종목이 주로 포함된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 업종 지수도 이날 1.62% 오르며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기·전자 업종 지수는 IT주 상승세에 힘입어 이달 들어 6.53% 올랐다.
상반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IT 업종이 3·4분기에도 실적 호재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랠리의 원동력으로 분석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14조1,125억원으로 추정된다. 역대 최고 실적을 올린 2·4분기보다 높은 것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71.39%나 높다. SK하이닉스(416.03%), 삼성전기(009150)(827.34%), LG전자(066570)(102.65%) 등 주요 IT 기업들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실적 전망치 상향 조정이 IT주 상승세의 트리거가 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논란이 됐던 주도주 교체·변화 가능성을 불식시켰다”고 분석했다.
IT주 랠리가 지정학적 리스크 부각 등으로 부진했던 코스피 지수의 상승 반전을 앞둔 전조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이 연구원은 “2016년 이후 코스피 지수와 IT 업종의 추이를 살펴보면 코스피 지수 반전에 앞서 IT 업종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최근 IT 강세 반전은 코스피 변곡점 진입을 예고하는 시그널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인 수급 환경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가 남아 있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지형 한양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지수가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하기는 했지만 오는 14일 선물옵션 만기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회의 등 확인해야 할 변수들이 남아 있다”며 “9월 후반까지는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5,047억원을 순매도하며 국내 증시에 신중한 접근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삼성전자(1,765억원), LG디스플레이(034220)(829억원), 삼성전자우(005935)(493억원), LG이노텍(011070)(474억원) 등을 주로 팔아치워 IT 업종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