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CGV 압구정에서는 영화 ‘대장 김창수’(감독 이원태)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이날 자리에는 배우 조진웅, 송승헌, 정만식, 정진영, 이원태 감독이 참석했다.
‘대장 김창수’는 1896년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선고를 받은 청년 김창수가 인천 감옥소의 조선인들 사이에서 대장으로 거듭나기까지의 이야기를 그린 감동실화.
이날 이원태 감독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영화다”라며 개봉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조진웅을 주인공으로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 그게 3, 4년 전이었다. 첫 캐스팅이 결정되고 미팅하던 날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옷을 새로 사서 잘 보이기 위해 조진웅을 만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조진웅도 그랬다고 하더라”며 감독과 조진웅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또한 “조진웅을 사진을 붙여놓고 시나리오를 쓴 이유가 있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인 우직함, 사내다운 강함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섬세함을 가지고 있었다. 감정적으로 표현해야 했다. 따뜻한 카리스마를 가진 배우라 생각했다. 외모도 비슷했다”며 조진웅을 주인공 김창수로 캐스팅한 이유를 들었다.
송승헌을 악역으로 캐스팅한 이유로는 “관객들이 보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또 다른 선물이라 생각했다. 촬영장에서는 너무 맑은 눈빛으로 장난기도 많았는데, 연기를 할 때는 눈빛이 확 변하더라. 그 눈빛이 강하고 정말 멋있었다”며 “사석에서 송승헌에게 ‘앞으로 악역만 하라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원태 감독은 “위시리스트에 있던 배우분들이 거의 캐스팅 됐다. 캐스팅 비결이라기보다 내 간절한 바람을 배우들이 잘 선택해주신 거라 생각 한다”며 출연진에 대한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이원태 감독은 앞서 2011년 ‘오싹한 연애’ 제작, 2012년 ‘파파’ 기획, 2012년 ‘가비’ 스토리기획, 2015년 ‘조선마술사’ 원작으로 영화 활동을 한 후 이번에 ‘대장 김창수’로 첫 연출작을 선보이게 됐다. 이원태 감독은 “역사를 소재로 영화를 하려면 재구성을 할 수밖에 없는데 지식 없이 재구성하면 직무유기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 시대의 감성을 알고 재구성하려 의무감에 사로잡혀 연출했다. 실제 인천 감옥이 있던 자리에 가서 인천 바다를 바라보며 몇 시간 동안 있기도 했고, 인천 수용소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기도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그는 “‘신비한 TV 서프라이즈’가 내 대표작인데 12년간 따라다녔다. 아직도 ‘서프라이즈’ 감독이라 소개된다. 하지만 영화 작업을 10년간 꾸준히 해왔다. 투자, 기획, 제작 등 다양하게 했다. 그러면서 감독 일을 해보고 싶어서 글도 많이 써봤다. 실패도 많았다. 그 과정이 지나고서 ‘대장 김창수’가 첫 작품이 됐다. 소중한 영화다”라고 전했다.
‘대장 김창수’는 실화를 바탕으로 허구적 요소를 섞어 만든 작품이다. 최근 ‘군함도 논란’처럼 역사적 사실성에서 대중의 논란이 있지 않을까 의문을 제기하자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하려 했다. 재구성된 게 관객들에게 새로운 의미와 메시지를 드릴 수 있을 텐데, 한편으로 두렵기도 했다. 칭찬도 비난도 모두 있을 거라 생각한다. 김구 선생이 두 번의 수용 생활을 했다. 두 번째 시절에 겪었던 에피소드가 이 영화에 들어있다. 시대를 표상하는 가공의 인물을 넣기도 했다. 내가 믿는 것은, ‘군함도’ 논란 등 논란 자체가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되고 어떤 게 사실이고 허구인지를 알게 되기 때문이다. 지적 상상력이 올라간다고 생각했다”고 입장을 드러냈다.
극중 조진웅은 명성황후 시해범을 죽이고 사형수가 된 청년 김창수로 분했다. 조진웅은 “인천감옥소 9호실은 다양한 인간군상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죄다 끌려온 곳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밖이 추워서 감옥소가 따뜻하게 느껴졌다”고 영화 속 주된 공간인 인천감옥소 9호실을 언급했다.
조진웅은 “매일 촬영 후 조진웅이 묵은 501호 숙소에서 모든 스태프, 배우들이 모여 종례를 했다”며 “촬영이 마친 후에 한 잔을 하고 싶어서 빌미로 ‘종례’라는 걸 만들었다”고 훈훈한 촬영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한 “‘대장 김창수’를 보고 슈퍼 히어로가 누구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삶은 소중하고 각자 인간으로서 존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만식은 “정말 오래 있었다. 워낙 끈끈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보다”고 덧붙였다. 송승헌은 “촬영 전에 조진웅의 엄청난 주량 이야기를 들어서 다른 곳에서 함께 술을 마셨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원태 감독은 “당시가 촛불집회가 있던 시기였다. 종례 때 우리는 그와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게 영화 찍는 데 도움을 많이 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감옥 소장 강형식으로 분한 송승헌은 생애 첫 악역을 선보이는 것으로 “어떻게 하면 잘 때릴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모든 배우들을 때렸어야 했기 때문이다. 감독님께 물으니 ‘진짜로 때려야죠’라고 하더라. 그게 쉽지는 않아서 촬영 앞두고 긴장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하게 된 남자 마상구 역의 정만식은 “처음에는 서울말로 설정돼 있던 인물이었는데, 입체감을 주기 위해 평안도 사투리를 써봤다. 더 거칠고 차가운 느낌이 들어서 감독님이 하라고 했다”고 극중 사투리를 구사하게 된 과정을 밝혔다.
정진영은 감옥소 죄수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승 고진사 역을 맡았다. 이날 정진영은 “‘7번 방의 선물’ 등 감옥에 있었던 영화를 여러 편 했다. 이번에는 다양한 연령대가 모여서 연기했다. 노천세트였음에도 함께 있던 배우들이 당시의 진짜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서로 의지가 돼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정진영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촛불혁명 이후 관객들이 역사적 실화에 대한 무게를 실감하는 것 같다. ‘대장 김창수’는 정직한 얘기다. 속임수가 없다. 맑은 마음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려 했고, 순수하게 봐 주시기를 바랐다”고 관람을 독려했다.
한편 ‘대장 김창수’는 오는 10월 19일 개봉한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