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서울 모 프랜차이즈 본사에서 가맹점주들의 모임이 있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에 처한 가맹점주들이 가맹본부에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제빵기사들의 인건비도 본사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맹본부 관계자는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의 입장은 이해하지만 제빵기사 인건비만 지원해도 연간 1,4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된다”며 “이 같은 지원 규모는 지난해 영업이익(664억원)을 훨씬 웃도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최저임금 인상 시행을 앞두고 소상공인들이 밀집한 프랜차이즈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으나 동시에 또 다른 약자인 소상공인이 생사기로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 보니 본격적으로 가맹본부 등에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나면서 점주와 본부 간의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통분담은 이해하지만 도를 넘어서는 요구도 많아 곤혹스러운 상황”이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임금 인상에 따른 후유증이 더 커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가장 어려움에 처한 이들은 기댈 곳 없는 소상공인이다. 아르바이트생처럼 비정규직 인력이 워낙 많은데다 이들은 이직률이 매우 높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채용의 주도권이 고용주가 아닌 아르바이트생 같은 피고용주 쪽으로 넘어가는 지위관계의 역전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무교동에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이호중(가명)씨는 “자영업은 데리고 일하는 직원들이 전부라고 할 정도로 종업원을 다루기 어려운 시장”이라며 “최저임금 인상 이후 식당 간에도 인력 쟁탈이 벌어질 정도로 채용시장이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프랜차이즈의 경우 가맹본부에 많은 것을 의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가맹점주들은 연합회 등을 꾸려 가맹본부에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본사가 가져가는 가맹금을 인하하고 물품의 출고가격을 낮추는 동시에 불필요한 광고판촉비 부담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부 가맹본부들이 고통 분담에 나서고 있지만 이 역시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편의점 GS25가 내놓은 상생대책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편의점 점주 A씨는 “이번 최저임금 인상으로 내년에 월평균 75만원의 추가 비용이 든다”며 “9,000억원 규모라고 하는 GS25의 지원대책도 전기료 명목으로 월 20만~30만원을 지원하는데 적어도 50만원 정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다수의 가맹본부들은 속만 앓고 있다. 특히 외식업 관련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매출에 비해 비용이 많아 영업이익률이 높지 못한 특성상 추가로 직접적 부담을 하기는 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라면 가맹점주가 최저임금 부담을 본부에 떠넘기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다 보니 대다수의 가맹본부들은 정부의 최저임금 지원 방안을 보고 대응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최저임금 인상 후유증은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무리를 해서라도 더 많은 것을 얻어야 하는 상황이다. 고통분담의 규모를 놓고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약자를 보호한다며 두자릿수 이상 올린 최저임금이 또 다른 부작용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준호·박해욱기자 violator@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