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12일(현지시간) 개막한 ‘2017 프랑크푸르트 모터쇼’는 미래 차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글로벌 업체들의 각축장이었다. 독일 업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수십조원을 퍼부어 전기차를 개발해 디젤 게이트로 금이 간 자존심을 회복하겠다고 별렀다. 폭스바겐그룹의 마티아스 뮐러 회장은 “오는 2030년까지 미래 모빌리티 전략에 200억유로(약 27조2,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메르세데스벤츠의 디터 체체 다임러AG 회장도 “100억유로(약 13조6,000억원)를 전기차 개발에 투입해 2022년까지 총 50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겠다”고 선언했다.미국 자동차를 대표하는 GM도 즉각 응수했다. GM 자회사인 크루즈오토메이션의 카일 보그트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세계 최초로 완전 자율주행차 대량생산 체제를 갖췄다”며 “연간 10만대를 생산하겠다”고 자신했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이번 모터쇼에서 고성능 자동차 ‘i30 N’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코나’ 및 ‘스토닉’을 공개했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중국 판매가 급감하고 통상임금 패소로 수조원의 비용부담을 지게 된데다 이날 중국 딜러들로부터 1,380억원의 손해배상 요구마저 받은 현대·기아차에 수십조원의 미래차 계획 발표는 언감생심이었다. 강호들의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현대·기아차의 모습은 한없이 작아 보였다. /프랑크푸르트=조민규기자 cmk2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