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원 ‘임용절벽’ 사태는 백년지계라 불리는 교육정책이 ‘정치’에 휘둘릴 때 야기되는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임용절벽 사태가 과거 ‘보수 정부’와 ‘진보 교육감’의 합작품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청년 일자리 확대를 명목으로 학령인구 감소를 무시한 채 신규 교사 선발 확대를 독려했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진보 교육감도 호응했다.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종을 확대하는 ‘인기 영합’ 정책에 누구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가 올해 ‘임용절벽’ 사태다. 지난 3년간 정원을 무시한 채 과도하게 뽑다 보니 임용대기자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더 이상 선발 인원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혼란도 정치가 교육에 개입한 ‘아마추어리즘’에서 비롯됐다. 영어회화 전문강사가 대표적이다. 학교가 영어회화 전문강사를 비정규직으로 뽑게 된 계기는 이명박 정부 초기에 불거진 ‘아륀지(오렌지)’ 논란이다. 아이들에게 원어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발음을 가르쳐야 한다는 명목으로 영어회화 강사를 대거 선발했고 10년이 지나 이들의 정규직화를 둘러싸고 갈등이 불거진 것이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영어회화 강사가 필요하다면 제대로 된 선발 과정을 거쳐 정규직으로 뽑아야 했다”며 “교사선발 ‘법정주의’를 채택하고도 정권 입맛에 맞는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상시업무를 비정규직으로 채우다 보니 이러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는 점이다. 대학 수학능력시험 개편안 1년 유예는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더불어민주당의 작품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교육부가 정치권 눈치를 보며 2개 안을 제시하면서 교육계가 둘로 갈라졌고 급기야 결정을 뒤로 미루는 최악의 선택을 한 것이다.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이 몫이 됐다. 현재 중2·중3 학생은 스스로를 ‘실험쥐’나 ‘김상곤 세대’라고 자조한다. 20년 전 졸속 대입 체계 개편의 피해자를 일컫는 ‘이해찬 세대’에 빗댄 표현이다. 김경근 고려대 교수는 “교육정책을 시행할 때는 ‘조급증’을 가장 경계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입시 제도 개혁 없이 우선 수능 절대평가만 확대하려다 보니 혼란만 야기하고 아무런 결론을 못 냈다”고 말했다.
‘용두사미’에 그친 학교 비정규직의 정규직 논란도 마찬가지다. 교원 법정주의를 채택한 현행법에서는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 강사, 스포츠 전문 강사 등의 정규직 전환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을 무시하고 심사 대상에 포함시켜 결과적으로 교단을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다. ‘비정규직 제로’라는 현실과 맞지 않는 공약에 집착한 결과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을 둘러싼 혼란은 내년에 한층 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수능 및 내신 절대평가 등 대입 제도 개편, 교원 수급 정책, 국립대 네트워크와 공영형 사립대 등 대학 서열화 완화, 자사고·외고 폐지, 초등학교 1수업 2교사제 등 찬반 논란이 팽팽한 교육정책이 국가교육회의에서 다뤄지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도농 간 교사 수급 격차 완화 방안으로 내세운 ‘현직 교사의 타지역 임용시험 제한’ 등과 같은 정책은 ‘위헌’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도 있다. 교육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반대하는 보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 이념 대립까지 겹치면서 교육현장은 대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