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3사가 국내외 악재로 신음하고 있다. 전 세계 발주 물량이 제자리걸음 중인 가운데 안으로는 북핵 리스크, 밖으로는 중국의 추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조선사들은 좀처럼 반등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발주 물량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해 들어 발주 물량이 늘었다고 하지만 지난해 최악의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지난해 동기 대비 30% 증가했지만, 2011~2015년 상반기 발주량과 비교하면 60%가량 감소해 평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발주가 늘어난다더라도 이전처럼 국내 조선 3사가 독식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내 조선사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대형·고부가가치 선박시장에서 우위를 점해왔으나 중국이 빠른 속도로 기술 격차를 좁혀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시장에서는 국내 조선사와 중국의 기술력 차이를 인정해 국내 선박 가격에 7% 안팎의 프리미엄을 붙였으나 그 폭이 점차 줄고 있다”며 “한국과 중국의 기술 격차가 그만큼 좁혀졌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프랑스선사 CMA CGM이 발주한 1조6,000억원 규모의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건조 일감을 중국 조선사가 현대중공업을 제치고 따낸 건 상징적인 사건이다. 조선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중국 측 입찰 가격보다 7%가량 높은 가격을 제시했는데 결과는 중국의 완승이었다”며 “중국 조선소가 당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것도 작용했겠지만 달라진 시장 분위기를 실감케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해양 플랜트 굴기’를 공언하면서 해양플랜트 시장에서도 몸집을 키우려 하고 있다. 올해 초 중국 공업화신식화부는 선박 건조 규모를 2020년까지 5배가량 늘리고 해양 플랜트는 점유율 35%를 달성한다는 내용을 담은 조선산업 구조 개편·육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는 조선소들이 해양 플랜트 설비와 같은 고부가 선박 건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R&D)은 물론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중국의 추격세가 매섭지만 조선사 차원의 경쟁력 강화 노력은 전만 못하다. 자구 계획을 이행하면서 기술경쟁력 격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R&D 비용은 계속 줄고 있다. 조선 3사의 2016년 R&D 비용은 3,559억원으로 2014년의 4,805억원에서 26% 가까이 감소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북한이 6차 핵실험을 단행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감이 고조되자 조선사의 고민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발주사는 무엇보다 인도 예정일에 선박을 받는 걸 중시하는데 한반도 내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납기 일정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세계 2위 해운사 MSC는 최근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11척의 초대형 컨테이너 수주 계약 타결을 앞둔 상황에서 북핵 리스크를 거론하며 계약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MSC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측에 초대형 컨테이너선 최종 계약을 앞두고 선수급환급보증(RG)을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며 “북한 핵실험으로 납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우리나라 정부가 사실상 보증하는 산업은행 발급 RG가 예전만큼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