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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여배우를 위한 영화가 없다? 평범한 ‘인간 문소리’가 답하다

'여배우는 오늘도' 문소리, “여배우로 산다는 것...차력쇼 하는 기분”

“여배우로 산다는 게 ‘차력쇼’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제 안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려 극한까지 보여줘야 할 때가 많거든요. 그 뒷면까지 보여주고 싶어 픽션이지만 100% 진심을 담은 영화가 ‘여배우는 오늘도’입니다.”




감독, 각본, 주연까지 1인 3역으로 돌아온 배우 문소리가 내 놓은 영화 제목은 ’여배우는 오늘도‘다.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라 불리는 평범한 배우 ‘문소리’의 일상을 담아낸 영화다. 특히 영화는 제목부터 사회적인 젠더에 대한 인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다.

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필앤플랜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필앤플랜


14일 개봉을 앞둔 영화 ‘여배우는 오늘도’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문소리는 ““어디 가서 제 자신을 소개할 때 ’여배우‘ 문소리라고 하지 않아요. 마찬가지로 직업란에 ’배우‘라고 쓰지 ’여‘배우라고 쓰지 않죠. ’여배우는...‘란 제목은 여성으로서 삶과 영화를 만드는 여자 사람으로서 삶, 그 두 가지를 다 이야기 하고 싶어 정한 제목이에요.”라고 말했다.

문소리의 첫 번째 감독작 ‘여배우는 오늘도’는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등 국내외 영화제에 초청되어 호평 받은 단편 연출 3부작‘여배우’(2014) ‘여배우는 오늘도’ ‘최고의 감독’(이상 2015) 을 모아 장편으로 완성한 프로젝트영화다. 작품의 절반은 한국 사회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의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고, 나머지 절반은 그 여성이 배우이기 때문에 하는 고민을 담았다.

“어쨌든 저는 ‘여배우’라고 불리는 삶을 살아가고 있고, 그게 현실이에요. ‘당신들은 내 삶을 여배우라고 부르지요? 사실 그 여배우가 어떤 사람인지 한번 보세요.’하는 마음이랄까요. 제가 느끼고 있는 제 삶의 어떤 부분들이, 많은 여성들이 같이 가지고 있는 고민인 것 같았고, ‘여배우’라 불리우는 삶에 대해, 그리고 그 말이 어떠한 태도인지 알 것 같았어요. 그래서 여배우로 불리는 사람이 뭐하는지 봅시다. 작품 속에 들어와서 같이 느끼고 하다보니 이렇게 개봉까지 앞두게 됐네요.”

사진제공=필앤플랜사진제공=필앤플랜


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필앤플랜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필앤플랜


영화가 매력적인 점은 ‘여배우’만의 이야기에 국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성이기에’ 겪는 고단한 삶을 공감가득한 터치로 그리고 있다.

“제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시는데 제 실제 삶을 그대로 가져오는 영화였다면 오히려 못 만들었을 것 같아요. 사실 배우로서의 내 이야기는 가까운 친구들, 남편하고만 나눠도 되거든요. 배우인 걸 떠나 나도 비슷한 고민이 있으니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눠보자는 의미가 컸죠.”


충무로에서 여배우로 산다는 건 녹록지 않다. ‘여배우를 위한 영화가 없다’는 말이 이토록 공감이 될 줄이야. 남자 중심 영화, 조폭 영화만 쏟아지는 현실에 대해 그는 ‘왜 그런거야’ 라고 화낸 상태로만 지낼 수 없다고 했다. 문소리는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면서 당연히 해야할 고민과 행동에 대해서 말했다. 즉 “이걸 변화시키기 위해 뭘 해야할까라는 이야기를 나눠야 하고 반발자국이라도 변화를 위해 움직이는 게 중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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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떤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고 말했던 수상 소감이 기억나요. 시상자분들이 상을 주시기 전에 그러시더라고요. ‘여배우들은 영화제의 꽃이다. 그 분에게 주는 상이다’라고요. 사실 ‘꽃’이 욕은 아니잖아요. 아름답고 향기롭고 그런 의미인데, 그 말에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구요.

올라가서 상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의 뿌리, 줄기, 거름이 되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고 했어요. 어떻게 보면 어린 나이에 한 말일 수도 있는데, 그 생각 자체는 변하지 않았어요. 꽃이 나쁘다는 건 아니에요. 다만 화려하게 필 때가 있고 시들시들할 때도 있잖아요. 영화계 이 곳에서 든든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발전적인 거름도 되고 싶어요. ‘그럴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좋겠는데’ 란 생각을 하는거죠.”

2000년 ‘박하사탕’으로 데뷔해, 2002년 ‘오아시스’로 베니스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배우 문소리는 영화, TV드라마, 연극 등 장르, 규모, 배역을 가리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배우이자 이견이 없는 연기파다. 2016년 8월, 한국 배우 최초로 제7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에 위촉되며 뜨거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도전하는 배우 문소리는 ‘여배우는 오늘도’ 영화 개봉까지 용기를 내서 작업에 착수했다고 한다.

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필앤플랜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필앤플랜


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필앤플랜배우 문소리 / 사진제공=필앤플랜


특히 ‘여배우는 오늘도’는 문소리의 고민 그리고 유머가 진한 페이소스와 함께 담겼다. 고단한 삶의 여정 속에서 만난 ‘함께 웃는 영화’라고 할까.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감독의 철학 역시 엿볼 수 있다.

“워낙 유머를 중요하게 생각해요. 우리네 인생에 삶의 철학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유머’죠. 여러 사람이랑 이야기 나눌 땐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사실 둘러보면 나랑 유머코드가 맞는 분이 많지 않잖아요. 다들 조금씩 달라요. 유머란 게 ‘우리 서로 같이 아는 느낌이야’ 그런데서 출발하는 웃음이어야 하니까요.

요즘 한국 영화에서 장르적으로 코미디가 약하긴 하지 않나요. 제 영화가 코미디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유머스럽게 만들고 싶었었어요. 앞으로 다양하게 웃을 수 있는 영화가 생기면 좋겠어요. 영화를 보면서 함께 웃는다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문소리는 최근 JTBC 새 예능프로그램 ‘전체관람가’ 진행자로도 나섰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영화계의 거름이 되고자 하는 그의 바람대로 신인배우들에게 기회를 주고자 단편영화 제작기를 담는 프로그램이다. ‘여배우는 오늘’ 이후 차기 감독작을 기대해도 될까. 그는 ‘YES’도 ‘NO’도 아닌 행복한 답변을 내 놓았다.

“이게 정말 적은 예산으로 조물락 조물락 만든 영화예요. 배우롤으로만 작업했던 영화와는 다르게, 영화개봉과 홍보 부분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하게 되네요. 영화를 준비하면서는 한국영화 산업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을 속속들이 알게 됐어요. 제 영화에 나왔던 배우들, 그리고 영화 경험이 많지 않은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배우들이 무척 기뻐하는 걸 보니까 아주 엄한 짓을 한 건 아닌가보다는 생각이 들어요. 필모그래피로 보면 장편 영화 하나가 생긴거니 ‘좋은 일이구나’고 돌아보게 되네요. 많은 이들과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가 또 생긴다면 감독작을 만들어 볼 수 있을까요?”

/서경스타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정다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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