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靑인사시스템 무엇이 문제인가]① 고장난 인사추천委- 검증 능력 떨어지고 '제식구 감싸기' 급급

②코드인사 -인재풀 협소..."그들만의 리그" 비난 자초

③비밀주의 -인선과정 쉬쉬...당청간 소통부족도 문제



#지난 6월 셋째 주 중반의 어느 날 오후. 청와대 주요 고위급 참모들이 급히 모였다. 임종석 비서실장이 소집 호출을 내린 것이다.

안건은 안경환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선 문제였다. 안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도덕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상태였다. 문 대통령이 입장표명도, 인사철회도 하지 않는 사이 결국 여론은 점점 더 악화됐다. 더 이상 안 되겠다고 느낀 임 실장이 총대를 메고 참모들과 숙의해 안 후보자의 자진사퇴 방향으로 유도했다. 미리 이를 보고받지 못한 문 대통령은 사후에 임 실장을 포함해 인사 책임자들에게 역정을 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고위공직자 인사시스템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현 정부 들어 문 대통령이 지명했거나 임명한 주요 고위직 인사 중 6명이 국회 등 인사검증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직접 인사철회를 하거나 사과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임 실장이 일부 인선 검증 실패 책임에 대한 방패막이로 나선 정도였다. 13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여야 모두의 외면 속에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서 이 같은 청와대 고위 인사시스템의 문제점이 재부각되고 있다. 청와대 인사시스템에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①사후 책임 없어 인사사고 반복=고위직 인사는 기본적으로 청와대 비서실 내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이 책임진다. 두 수석실을 거쳐 인선 후보군이 올라오면 임 실장을 비롯해 주요 관련 수석들이 참가하는 인사추천위원회를 열어 옥석을 고르고 정밀검증을 거쳐 문 대통령에게 인사를 추천하고 있다. 따라서 검증 실패가 발생하면 최소한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이 책임을 져야 하지만 문 대통령과 청와대 모두 제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의 인선검증 시스템이 망가져 새 체계를 구축하면서 인선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는 식의 전임정부 책임론으로 회피하려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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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인추위에서 임 실장과 주요 수석들이 허심탄회하게 난상토론을 벌이며 인사검증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지만 회의 석상에서 검증 실패 후 민정·인사수석에 대해 비판을 하거나 책임을 추궁했다는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는다.

②선택의 폭 좁힌 ‘코드인사’ 자충수=문재인 정부는 조기 선거로 예정보다 앞당겨 출범해야 한 탓에 사전에 충분히 인재 풀(pool)을 모을 시간이 부족했다. 이런 와중에 코드인사는 상황을 악화시켰다. 청와대 사정에 밝은 더불어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가뜩이나 인선용 데이터베이스(DB) 부족으로 인재 풀 자체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통령이나 주요 참모진의 철학에 맞는 인사 위주로 후보군을 좁히다 보니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능력이 있으면 코드가 안 맞거나, 코드가 맞으면 능력이나 윤리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인사 풀이 그야말로 ‘그들만의 리그’로 꾸려진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③과도한 비밀주의, 당청 간 공조 부족도 문제=인선 과정을 지나치게 기밀에 부치는 점도 되풀이되는 검증 실패의 한 원인으로 지적받는다.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과거에는 적어도 장·차관급 인사를 공개하기 전에 언론이나 정치권 등에 슬쩍 정보를 주며 여론 검증을 하거나 은밀히 관련 분야 종사자들을 통해 평판조사를 했다. 요즘에는 이런 것을 소홀히 하고 인사를 ‘쉬쉬’하는 식으로 하다 보니 사달이 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또 다른 당직자는 “청와대가 당 지도부와 소통이 부족한 점도 인선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무수석실이 전면에 나서서 당 지도부와 접촉을 하고 있지만 인사수석실과 민정수석실만큼의 정보를 갖지 못한 상태고 그나마도 당 지도부가 의견을 전달해도 논란이 표면화되기 전까지는 청와대가 크게 수용하는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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