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학교서 학업·육아 도와줘 꿈도 키워요"

[청소녀미혼모 대안학교 '자오나학교' 가보니]

수녀회서 기숙사까지 무료 운영...학교밖 위기소녀 등 10명 생활

수업시간엔 봉사자가 아기 돌봐...중·고 과정 외 취업지원 교육도

‘청소녀미혼모’와 학교 밖 위기의 소녀들이 자오나학교에서 원예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자오나학교‘청소녀미혼모’와 학교 밖 위기의 소녀들이 자오나학교에서 원예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자오나학교


‘청소녀미혼모’인 이효선(가명·18)양은 평소 학교 기숙사에서 오전7시30분에 일어난다. 이양은 기상하면 아기의 기저귀를 갈고 이유식을 챙겨 먹인다. 8시30분께 아기를 돌봐주는 선생님(아기돌봄 봉사자)이 이양의 기숙사로 찾아온다.

아기를 맡긴 이양은 아침 식사를 한 뒤 9시15분까지 교실로 이동해 수업 준비를 한다. 오후4시까지 이어지는 수업시간에 아기는 아기돌봄 선생님이 봐준다. 이양은 점심시간이면 같은 반 언니·동생과 밥을 먹으면서 연예인 이야기 등으로 수다를 떠는 게 여느 10대 여학생들과 다른 게 없다. 이양은 “내년 4월 고등학교 검정고시 합격을 목표로 공부하고 있다”면서 “학교가 양육과 학업을 모두 도와주고 있어 공부하는 데 한결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자오나학교 기숙사. /사진제공=자오나학교자오나학교 기숙사. /사진제공=자오나학교


이양이 다니는 학교는 육아와 학업을 병행하기 어려운 청소녀미혼모를 비롯해 가정폭력 피해 등 개인적 사정으로 학업을 중단한 소녀들을 위한 대안학교 ‘자오나학교’다.

서울 성북구에 자리한 이 학교는 천주교계 ‘원죄없으신마리아교육선교수녀회 한국지부’가 지난 2014년 설립했다. 12일 서울경제신문이 찾은 학교에는 청소녀미혼모 2명을 포함해 8명의 여성 청소년이 재학 중이었다. 2명의 아기를 포함하면 10명인 셈이다.


중등과정과 고등과정 각각 2년제로 운영되는 자오나학교는 기숙사를 완비하고 있어 청소녀미혼모와 학교 밖 위기의 소녀들이 아기와 함께 생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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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는 중·고등학교 교과과정 외에 취업 또는 자격증을 얻을 수 있는 수업들도 있다. 돈을 모으면 작은 커피숍을 열고 싶다는 장미선(가명·18)양은 바리스타 수업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전했다. 평소 화초재배에 관심이 많은 송연수(가명·17)양은 원예수업 시간이면 수업에 임하는 진지함과 열의가 다른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자오나학교 입학 대상은 13~24세 여성 가운데 △임신 또는 미혼모로서 학업과 자립이 필요한 청소년 △학업이 중단돼 공부를 계속 하고 싶어하는 청소년 △가정폭력이나 빈곤 등으로 숙식과 학업이 필요한 청소년 등이다. 수시로 입학할 수 있으며 학비는 무료다.

강명옥 자오나학교 교장 수녀는 “자오나학교는 교육·양육·자립 지원을 통해 청소녀미혼모와 학교 밖 여성 청소년이 함께 성장하는 생활공동형 대안학교”라며 “태어난 것만으로도 소중한 여성 청소년들이 사랑과 돌봄을 통해 고귀함을 회복하고 세상 안으로 들어가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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