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샷은 괜찮지만 세밀한 부분은 경기를 해봐야 알 것”이라던 스스로의 예상대로였다. ‘예비역’ 배상문(31)의 투어 복귀전 첫날 플레이에서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2승자의 ‘위용’과 공백에 따른 ‘후유증’이 동시에 묻어났다.
지난달 16일 군 복무를 마친 배상문은 14일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GC 미국·오스트랄아시아 코스(파71·6,953야드)에서 개막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신한동해 오픈(총상금 12억원)을 필드 복귀 무대로 선택했다. 미국 PGA 투어 복귀전인 다음달 세이프웨이 클래식을 앞두고 샷 점검에 나섰다.
소총수로 군 생활을 하며 “골프가 너무 그리웠다”는 배상문은 이날 갤러리가 보내는 환영의 박수 속에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 첫 티샷을 날렸다. 지난 2015년 10월 세계연합팀과 미국팀 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을 마친 뒤 입대한 그가 거의 2년 만에 실전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첫날 스코어는 3오버파 74타 공동 95위. 전역 날부터 연습장으로 달려갔다는 배상문이지만 경기가 의욕처럼 풀리지는 않았다. 전반에는 보기만 3개를 적어냈다. 다소 적응이 된 듯 12번홀(파3)에서는 4m가량의 퍼트를 홀에 떨궈 첫 버디를 기록했다. 13번홀(파4)에서는 그린 왼쪽 경사지에서 ‘뒤 땅 치기’ 실수 이후 다시 시도한 어프로치 샷을 홀 30㎝에 바짝 붙여 피해를 최소(보기)로 막았다. 14번홀(파5)에서는 호쾌한 드라이버 샷에 이어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는 장타력을 뽐낸 뒤 가볍게 두 번째 버디를 잡아냈다. 15번홀(파4)에서는 2m 남짓한 버디 퍼트를 놓쳐 아쉬운 표정을 지은 배상문은 2라운드에서 컷 통과가 급선무가 됐다.
이날 배상문 못지않게 팬들의 눈길을 끈 선수는 재미교포 김찬(27)이었다. 이번 시즌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 랭킹 1위를 달리는 김찬은 시즌 평균 323.19야드의 장타를 앞세워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골라냈다. ‘60타의 사나이’ 이승택(22), 송영한(26) 등과 함께 공동 3위(4언더파). 건장한 체격(188㎝, 95㎏)의 김찬은 2살 때 하와이로 건너갔으며 한국 대회 출전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찬은 “2013년 프랑스 오픈 때 거리 측정 홀에서 435야드를 친 적이 있다”면서 “백스윙 톱에서 3초 동안 멈췄다가 다운스윙을 하는 연습을 하면 거리 늘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비결을 소개했다.
지난 7월 진주저축은행 카이도 오픈에서 시즌 첫 승이자 통산 10승째를 달성한 강경남(34)은 6언더파 65타를 기록, 김준성(26)과 나란히 2타 차 공동 선두를 달렸다. 지난해 KPGA 선수권대회 우승 이후 승수를 보태지 못하고 있는 김준성은 12번홀(파3·174야드)에서 7번 아이언 티샷으로 홀인원을 작성한 데 이어 16번홀(파4)에서도 6번 아이언 세컨드 샷이 홀에 빨려 들어가는 이글로 다시 한꺼번에 2타를 줄였다.
배상문은 경기 후 “준비했던 걸 반도 보여드리지 못해 억울하다. 실수하면 안 된다는 두려움에 위축됐다”고 돌아봤다. 이어 “연습한다고 했지만 실전은 역시 다르더라. 그린 스피드도 생각보다 빨라 퍼트도 좋지 못했다”면서 “2라운드에서는 이를 악물고 버디를 많이 잡아 주말까지 경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