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성향 기독교 단체인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내년 종교인 과세 시행에 찬성하는 뜻을 드러냈다. 과세 유예를 강력 주장하는 보수 기독교계와 다른 입장을 취한 것이다.
한국기독교회협의회의 총무인 김영주 목사는 15일 서울 종로구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종교인들도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면담은 김 부총리가 종교인 과세 관련 당사자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기독교교회협의회를 예방하면서 이뤄졌다. 김 목사는 면담에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 정책에 잘 적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종교인 과세는 만사지탄이며 오히려 그동안 정부가 직무유기를 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김 목사는 일각에서 나오는 교회 세무조사 반대 주장에 대해서도 “국가기관으로부터 ‘종교계는 참 건강하게 재정을 유지하더라’는 공인을 받는 것은 떳떳하고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적 목적의 부당한 사찰만 아니라면 세무조사도 수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날 한국기독교회협의회 입장은 보수 기독교계의 목소리와 대비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보수 성향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한국교회연합은 지난 14일 김 부총리와의 면담에서 “종교인 과세에 대한 준비가 부족해 반드시 2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종교 기관 세무조사에 대해서도 반대의 뜻을 드러냈다.
김 부총리는 김 목사의 의견에 대해 “종교인 과세에 대해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그는 “근로장려세제(EITC)를 통해 소득이 적은 종교인을 지원하고 세금을 내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서비스를 하겠다”며 “종교의 신성한 영역에 대해 공권력이 개입할 의도도, 관심도 없으며 그런 일이 최대한 없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간 종교인은 과세 사각지대에 있었으나 2015년 소득세법이 개정되면서 종교인에게도 세금을 걷을 수 있게 됐다.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최근 일부 종교 단체와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종교인 과세 시행을 더 미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김 부총리는 이에 지난달 말부터 기독교, 불교, 천주교 등 종교계를 직접 찾아가 종교인 과세와 관련 의견을 나누는 자리를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