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메모리 인수경쟁에 뛰어든 세 곳의 후보 모두 애플이 참여한다는 조건을 꺼내 든 가운데 애플은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14일(현지시간) 도시바 메모리 인수전에 정통한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이 한미일 연합에 약 30억달러(3조4,000억원)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도시바 메모리 지분 확보를 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사모펀드 베인캐피털이 이끄는 한미일 연합 컨소시엄에는 델·시게이트·SK하이닉스가 참여하고 있다. 애플이 도시바 메모리를 인수하면 지난 2014년 30억달러에 사들인 비츠일렉트로닉스에 이어 애플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투자가 성사되는 것이다.
통신은 애플이 한미일 연합에 대한 지원을 결정함에 따라 도시바가 해당 컨소시엄에 대한 확신을 얻었고 13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이달 중 최종 주식양도계약을 체결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도시바와 한미일 연합의 인수도 계약이 오는 20일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초 애플은 궈타이밍 폭스콘 회장과 손을 잡으려 했지만 일본 정부가 대만계인 폭스콘의 인수를 반대한 까닭에 베인캐피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존 코너톤 베인캐피털 공동대표는 “도시바 메모리가 독립된 회사로 남아있기를 희망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며 “우리가 그 독립성을 유지하는 당사자가 될 것이기에 (도시바) 경영진은 우리를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신은 애플과 삼성전자와의 경쟁 관계도 애플의 투자 결정에 힘을 실어준 배경이라고 평했다. 애플은 메모리 반도체의 안정적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이번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만약 도시바가 웨스턴디지털(WD)의 품에 안기게 되면 낸드플래시 메모리 공급을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 애플은 경쟁사인 삼성전자에 대한 부품 의존도가 높아져 가격 협상과 물량 확보에 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