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에피스의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가 유럽 출시를 위한 최종 관문을 사실상 통과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청신호가 켜졌다. 셀트리온(068270)과의 출시 경쟁에서 삼성이 우위를 점하면서 ‘퍼스트 무버’ 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유럽의약품(EMA) 약물사용자문위원회(CHMP)는 15일(현지시간)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온트루잔트’(개발명 SB3)에 대해 긍정 의견을 내렸다고 밝혔다. 통상 CHMP 심사 후 2~3개월 내에 허가가 나오는 점을 고려하면 늦어도 12월에는 최종 승인이 내려질 전망이다.
고한승(사진)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이번 성과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가면역질환에 이어 항암제 시장에서 연구개발 역량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온트루잔트가 최종 허가를 받으면 유럽에서 판매되는 첫 허셉틴 바이오시밀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트루잔트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글로벌 제약사 제넨텍이 개발하고 로슈가 판매하는 바이오의약품 ‘허셉틴’이다. 허셉틴은 지난해 67억5,100만달러(약 7조6,500억원)어치가 팔려 글로벌 의약품 매출액 8위를 차지했다. 1998년 유방암 치료제로 출시됐지만 이후 위암 등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입증되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출시 경쟁은 앞서 미국 밀란과 인도 바이오콘이 지난해 8월 공동 개발한 ‘MYL-1401’을 EMA에 판매허가를 신청하면서 본격적으로 달아올랐다. 같은 해 9월과 10월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온트루잔트)와 셀트리온(허쥬마)이 가세해 3파전 구도에 돌입했다. 하지만 지난 7월 EMA가 바이오콘의 인도 생산공장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를 연기하면서 삼성과 셀트리온의 양강 구도가 됐다.
셀트리온의 경우 일찌감치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완료했고 국내에서는 이미 판매 중이다. 유럽 승인을 신청한 시기는 온트루잔트가 1개월가량 앞섰지만 허쥬마가 글로벌 종양학회에서 잇따라 효능을 인정받으면서 섣불리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EMA가 지난달 허쥬마의 일부 임상시험 자료에 대해 보완을 요청하면서 셀트리온의 유럽 승인은 일러야 내년으로 넘어가면서 다시 글로벌 주도권이 삼성측에 넘어오게 됐다. 온트루잔트의 유럽 승인은 삼성의 첫 항암 바이오시밀러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앞서 개발에 성공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3종(베네팔리·플릭사비·임랄디)에 이어 항암제까지 확보해 항암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먼저 뛰어든 셀트리온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