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 점유율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분기 실적이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초부터 분기마다 실적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이런 추세라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 한해 반도체 부문에서 거둬들이는 이익규모만도 50조원에 육박한 47조~48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이들 두 기업의 반도체 사업에서 나오는 영업이익이 한해 정부 예산 401조원(2017년 기준)의 10%를 웃돌게 된다. 재계에서는 한국 경제의 급격한 반도체 쏠림을 우려하면서도 이익 규모와 이익률이 ‘경이로울 정도’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17일 재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4분기 실적 발표일이 다가올수록 이들 두 기업의 영업이익 전망치가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다. 경매시장에서 호가가 오르는 것과 비슷한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13일께 잠정실적을 내놓을 예정이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지난 14일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을 국내외 주요 증권사 중 가장 많은 14조9,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다른 증권사들 역시 삼성전자 이익 전망치를 계속 올리고 있다. 한두 달 전만 해도 이익 전망이 13조원 수준이던 데서 14조원 중반 수준으로 수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10조원가량이 반도체 부문에서 나올 것으로 봤다. 골드만삭스는 “반도체 외 사업에서의 실적 약세를 메모리반도체 강세가 상쇄(offset)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반도체 사업이 삼성전자의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견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도 영업이익이 4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치 경신 행진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두 기업이 이처럼 유례없는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둘 것으로 기대되는 배경에는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의 메모리반도체 활황세가 있다. 빅데이터 축적과 클라우드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서버향(向) D램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모바일D램 역시 예상보다 강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빅데이터센터 구축이 필요한 구글과 페이스북 같은 소프트웨어(SW) 기반 글로벌 기업들의 주문이 밀려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바일D램은 중국 스마트폰 프리미엄화와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 3종 출시 등에 힘입어 강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반도체 시황 전망의 ‘비관론자’로 꼽히는 도현우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마저 최근 “지난 3월에 올 하반기 PC와 모바일D램 수요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모바일D램 수요가 살아나고 있다”며 당초 자신의 예상보다 D램 수요가 강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시인했을 정도다.
강한 수요는 가격을 밀어 올렸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램 고정거래가(계약가)는 지난해 이맘때 1.5달러 수준이었던 데서 지난달 말 기준으로 3.25달러까지 치솟았다. 낸드플래시 역시 지난해 상반기 3달러 후반에 머물렀던 데서 5.78달러까지 급등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밀려드는 서버D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일부 PC와 모바일D램 라인을 서버D램 라인으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모바일D램 수급이 더 빠듯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세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자 측면에서 수요가 많은 쪽으로 대응하려다 보니 다른 한쪽에서는 제품이 모자라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강세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올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1~2년간 메모리반도체 수요 강세에 따른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이에 따라 반도체 실적은 눈에 띄게 늘어나겠지만 반대로 보면 한국 경제의 반도체 쏠림이 그만큼 심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