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살인범 모자이크 치워라…여자친구 191회 찔러 죽인 '그놈' 얼굴 좀 보자"

‘전면적인, 조건없는 흉악범 신상공개 촉구에 관한 청원’

여자친구 191회 찔러 살해한 20대, 2심서 징역 23년

살인사건 가해자 류모 씨(왼쪽부터)와 피해자 정혜주 씨, 차경미 씨 사진제공=연합뉴스살인사건 가해자 류모 씨(왼쪽부터)와 피해자 정혜주 씨, 차경미 씨 사진제공=연합뉴스




"아무리 잔혹한 살인마여도, 여론이 펄펄 끓어도, 검찰과 경찰이 결정하지 않으면 누군지 도무지 알 수 없는 현행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2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따르면 ‘전면적인, 조건없는 흉악범 신상공개 촉구에 관한 청원’ 동의 수 5만 명을 넘겼다.

앞서 지난 3월 JTBC 사건반장은 여자친구를 흉기로 190회 이상 찔러 살해한 20대 남성의 신상을 공개했다.

당시 진행자는 “지난 1월, 사건을 처음 전해드릴 때 피해자 어머니께서 ‘딸의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도 좋다’고 하셔서 공개한 적이 있다. 다만 오늘은 고인의 모습을 공개하진 않겠다”면서 “대신 남자 친구였던 남성의 사진과 이름을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어 진행자는 “가해자는 1995년생, 29세 류OO”이라며 생년과 이름을 공개했다. 이어진 화면에선 얼굴도 모자이크되지 않은 사진 여러장이 띄워졌다. 피해자인 여자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도 있었지만, 피해자 얼굴은 전부 모자이크됐다.

류씨는 A씨는 작년 7월 24일 낮 12시59분쯤 강원 영월군 영월읍 덕포리 한 아파트에서 결혼을 전제로 동거하던 여자친구를 흉기로 191회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A씨는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던 중 여자친구로부터 “정신지체냐”라는 말을 듣고 격분해 주방에서 흉기를 꺼내들었다. 범행 이후엔 직접 112에 신고했다.



1심에서 류 씨에게 징역 17년이 선고된 가운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유족이 “제대로 된 죗값을 받아야 한다”라며 엄벌을 호소했다는 내용을 전하면서다. 결국 지난 4월 2심은 원심을 깨고 류 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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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1일 JTBC 사건반장 진행자인 양원보 기자가 올린 청원으로, 게시된 후 30일 이내 5만 명의 동의를 받으면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수 있게 됐다.

청원인인 양 기자는 “대한민국은 나쁜 놈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나라다. 신상이 알려질 위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며 “연쇄살인범 유영철만 봐도 그렇다. 유영철의 신상은 당국에 의해 ‘공식적으로’ 공개된 적이 없다. 음성적으로 퍼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은 1998년 대법원 판결 이후로, 가해자 인권 선진국이 됐다. 신상 공개를 하면 손해배상 청구를 당하도록 한 판결이 그때 나왔기 때문”이라며 “일반 시민은 물론 언론도 침묵해야 했다. 방송과 신문이 모자이크로 얼룩지기 시작한 해이기도 하다”라고 전했다.

양 기자는 “똑같은 유형의 사건인데도 어떨 때는 공개, 어떨 때는 비공개”라며 “‘피해자 유족의 요청으로 공개한다’고 하는가 하면, ‘피해자 유족의 요청이 있어도’ 묵살하기도 한다. 자신들도 그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한다”라고 했다.

실제로 함께 근무하던 여성 군무원을 살해한 뒤 강원 화천 북한강에 유기한 현역 군 장교 양광준(38)의 이의 제기에도 신상정보가 공개된 반면 올해 7월 일본도를 휘둘러 일면식 없는 주민을 살해한 피의자는 비공개 결정이 내려졌다.

양 기자는 “미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그냥 공개한다. 몇 가지 경우를 특정해 그것만 아니면 공개하도록 한다”며 “우리나라는 반대다. 4가지 특정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공개할 수 있다고 한다. 공개가 아닌, 그야말로 공개하지 않기 위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공개 기준은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을 것,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을 것,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피의자의 재범 방지·범죄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할 것 △피의자가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 해당하지 않는 요건을 충족해야 할 것 등이다.

양 기자는 “우리가 지켜야 할 건 가해자의 인권이 아니다. 피해자, 그리고 피해자가 될 수도 있는 우리 모두의 인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소위 ‘인권론자’들은 반발할 것이다. 그들은 살인사건 공소시효 폐지를 둘러싼 논쟁 때도 그랬다. 그럼에도 2015년 이른바 태완이법이 시행됐다. 그렇게 9년이 흘렀다. 혹시 어떤 불편함이 있으신가?”라며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선택의 문제다”라고 했다.

끝으로 “흉악범들을 덮고 있는 모자이크를 걷어내야 한다. 흉악범들의 이름을 덮고 있는 아무 모도 걷어내야 한다”며 “전면적인 흉악범 신상공개는 새로운 범죄를 억제하고, 그들에 대한 사회적 징벌 효과까지 덤으로 가질 수 있다. 이젠 정말 좀 알아야겠다. 답답해 미치겠다”라고 덧붙였다.


남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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