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온라인·모바일 게임회사들이 국내 시장의 성장세 둔화로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며 재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게임회사 직원들의 잦은 야근과 혹독한 업무 강도가 자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게임 출시를 앞둔 시기 집중근무 형태를 칭하는 ‘크런치 모드(Crunch Mode)’가 일반인에게도 회자될 정도다. 이번 주 기업배틀은 온라인 게임업계 선두기업인 엔씨소프트와 모바일 게임업계 대표주자인 컴투스를 비교해본다. 평가는 해당 기업에 재직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재직 중인 직원인 복지·근무환경·경영진 등에 대해 평하는 재직자평판과 규모형태·안정성·성장성·수익성의 세부항목으로 구성된 재무평가로 이뤄졌다.
‘작은 고추’ 컴투스, 안정·성장·수익 앞서
컴투스는 재무평가 4개 항목 가운데 안정성·성장성·수익성 항목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성장성 항목에서 컴투스는 91.5점, 엔씨소프트는 85점으로 6점 이상 차이가 났다. 성장성은 기업의 주요 재무상태가 전년보다 얼마나 나아졌는지, 영업실적은 얼마나 개선됐는지 등을 기준으로 한다. 컴투스는 보유 자산과 ‘서머너즈워’의 매출 지속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재무상태의 건전성을 알 수 있는 안정성 점수는 컴투스가 95.7점, 엔씨소프트가 92.6이었다. 컴투스의 부채비율과 당좌비율, 신용등급은 각각 12.1%, 872.5%, AA0이고 엔씨소프트는 18.6%·553.6%·AA0였다. 최근 3년간 매출액 대비 이익률로 평가하는 수익성 점수 역시 컴투스가 98점, 엔씨소프트가 94.9점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반면 외형적인 크기를 평가하는 규모형태 점수는 엔씨소프트가 94.1점으로 컴투스(90.1점)보다 높았다. 재무평가 총점은 컴투스 93.8점, 엔씨소프트 91.6점으로 집계됐다. 두 기업 점수는 모두 동종 산업 상위 1%에 속한다.
연봉·복리후생은 엔씨가 독보적
그렇다면 실제 이들 회사에 근무한 경험이 있거나 현재 재직 중인 이들의 평가는 어떨까. 엔씨소프트는 5개 항목 모두에서 컴투스를 앞서는 평가 점수를 받았다. 총점은 엔씨소프트가 82.4점, 컴투스가 77.2점이었다. 급여·복리후생의 점수 차는 특히 컸다. 엔씨소프트는 87,5점으로 컴투스(76.6점)를 무려 10점 이상 앞섰다. 두 회사의 평균연봉(사업장별 고용보험 고지금액 기반 추산치)은 엔씨소프트 6,556만원, 컴투스 3,992만원이었다. 연봉 인상률을 묻는 질문에도 엔씨소프트는 ‘5~7.5% 미만’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절반 이상이었지만 컴투스는 ‘5% 미만’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밖에 휴게공간에 대한 만족도도 큰 차이를 보였다. 컴투스는 37%의 응답자가 휴게공간에 대해 불만족한다고 답한 반면에 엔씨소프트는 단 10%만이 불만족스럽다고 답했다. 현재 엔씨소프트에 재직 중인 설문 참여자는 “정보기술(IT) 직종 전체를 놓고 볼 때 (엔씨소프트는) 네임 밸류와 연봉 등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컴투스 직원 62% “상호협력 분위기”
‘사내 직원들 사이는 경쟁적인지, 협력적인지’를 물었다. 그러자 컴투스는 62%가 ‘협력적’이라고 답했고 엔씨소프트는 67%가 ‘경쟁적’이라는 응답했다. 엔씨소프트에 근무했던 한 퇴사자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실력이 없으면 바로 낙오되고 견디기 힘들다”고 경쟁적인 사내 분위기를 언급했다.
자기성장·경력에 대한 만족도는 엔씨소프트와 컴투스가 각각 82.1점와 75점으로 나타났다. ‘본인이 원하는 직무로 전환이 가능한지’를 묻자 엔씨소프트는 응답자 전원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하지만 컴투스는 단 25%만이 ‘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컴투스의 한 재직자는 “직무 전환이 잘되지 않는 게 사실이지만 (컴투스는) 경력상으론 나쁘지 않은 회사”라며 추천의사를 밝혔다. 두 기업 모두 ‘양사 근무 경험이 직무 전문성 또는 이직 시 경력에 도움이 되는지’라는 질문에 70% 이상 긍정적으로 답했다.
경영진·경영 만족도는 엔씨소프트 79.2점와 컴투스 75점으로 집계됐다. ‘경영진의 리더십 스타일’은 컴투스는 지시형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고 엔씨소프트는 비전제시형이라는 응답이 다수를 차지했다.
기업정보사이트 캐치의 김준석 이사는 “고용노동부가 장시간 근로 의혹이 제기된 국내 주요 게임회사를 감독한 결과 초장시간 노동 관행과 임금 체불 등이 만연한 것이 확인돼 게임개발업체를 비롯한 IT업계의 기업문화가 재조명되고 있다”며 “본인이 일하게 될 기업이 임금 체불의 가능성이 있는 재무적으로 불안정한 회사는 아닌지 분석하고 근로조건을 준수하는지 등에 대해 실제 재직자가 남긴 평가를 살피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 도움말=캐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