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청와대 경내 북쪽에 돌로 만든 불상이 하나 있다. 지난 1974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24호로 지정된 석불좌상이다. 곱슬머리인 부처의 머리 모양을 작은 소라 모양으로 형상화한 나발(螺髮)이 인상적인 불상으로 풍만한 얼굴에 입술은 굳게 다물었고 눈꼬리는 약간 올라갔다. 한 손은 가부좌 튼 무릎 위에, 다른 한 손은 땅을 가리키는 ‘항마촉지인’의 자세로 악마를 굴복시킨 부처를 형상화했다. 일부 마모가 보이지만 후덕한 얼굴부터 당당한 자세 등이 석굴암 본존불과 흡사해 8~9세기 통일신라의 불상 양식을 계승한 빼어난 작품으로 볼 수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 불상은 ‘유덕사(有德寺) 석가여래좌상’으로 불렸다고 ‘삼국유사’에 전한다. 유덕사는 신라 시대 최유덕이 지었다는 절이며 경북 월성군에 터만 남아 있다. 하지만 이 불상은 일제강점기 오히라 료조 당시 경주금융조합 이사의 집 정원으로 옮겨졌고 1912년 경주를 방문한 데라우치 마사타케 총독이 눈여겨본 후 서울 남산의 조선총독관저로 반출된다. 1930년대 총독부박물관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1939년 북악산 기슭의 새 총독관저로 또 옮겨진 불상은 자연스럽게 현재의 청와대 경내에 눌러앉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 불상에 관심을 드러낸 후 문화재 가치를 재조사해 ‘보물’ 승급이 논의되고 있으며 경주 지역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문화재 제자리 찾기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