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평창올림픽과 중소기업의 역할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1.3㎞의 얼음 트랙 출발점에서 2명이나 4명이 함께 도움닫기로 출발선에서 썰매를 밀어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도착하는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리는 경기, 바로 ‘봅슬레이’다. 봅슬레이는 봅슬레지라고도 불리며 썰매를 탄 선수들의 몸이 앞뒤로 끄덕거리며 흔들리는 모습을 형용한 ‘봅’과 썰매를 뜻하는 ‘슬레드’가 합쳐진 데서 유래했다. 이 경기는 19세기 후반 스위스의 장크트모리츠에서 썰매 타기 코스를 만들어 경주하면서 스포츠의 형태로 자리를 잡았다.

봅슬레이는 활주할 때 평균 시속이 135㎞까지 올라간다. 커브를 돌 때 선수들이 받는 압력은 중력의 4배에 이를 정도로 강인한 체력과 순발력이 필요한 경기다.


봅슬레이용 썰매는 촌각을 다투는 경기에서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고 선수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4인승의 경우 2억원을 호가할 만큼 가격이 비싸다. 카본 같은 첨단소재와 공기 저항 최소화 기술을 적용해 빙판의 포뮬러원(F1)으로 불리는 이 썰매는 정밀한 기술력 없이 제작이 어려워 대부분 페라리·맥라렌 등의 슈퍼카 제작사들이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쟁쟁한 기업들에 도전장을 낸 일본의 중소기업들이 있다. 도쿄 오타구에 있는 중소기업들이 바로 그 주인공들이다. 오타구는 일본의 대표적인 중소기업 밀집 지역으로 수천 개의 금속가공 업체가 모여 있는 곳이다.


외국산이 아닌 일본산 봅슬레이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취지 아래 규모는 영세하나 전문적인 기술로 무장한 중소기업 수십여 개가 힘을 합쳐 제작에 착수했다. 2011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동일본 대지진 후 침체된 사회 분위기를 전환하고 일본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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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토리는 NHK에서 3부작 스페셜 드라마로 제작돼 ‘시타마치 봅슬레이’라는 제목으로 인기리에 반영됐다. 이 후에도 중소기업의 로켓 개발 고군분투기를 소재로 한 드라마인 ‘시타마치 로켓’이 연이어 제작돼 일본 국민들에게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됐다.

‘눈과 얼음의 축제’ 평창올림픽이 4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1986년 아시안 게임, 1988년 올림픽, 2002년 한일월드컵 등 굵직한 스포츠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 대한민국인 만큼 평창올림픽 또한 기대가 큰 상황이다. 시설 등 인프라 면에서 건설과 정보기술(IT) 강국으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할 이 대회에서 중소기업들도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경기장뿐 아니라 관련 숙박시설, 출입국 관리, 제설 및 운송장비 등에서 수많은 중소기업이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들이 착용하는 스키·썰매 등 주요 장비에는 아직 ‘메이드 인 코리아’보다 외국산 장비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에서도 무모한 도전이라고 여긴 봅슬레이를 중소기업들이 함께 제작하고 세상에 내놓았듯이 이제 우리 중소기업도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고 생각된다.

평창올림픽이라는 절호의 시험장과 마케팅 기회가 바로 우리 중소기업들 앞에 놓여 있다.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중소기업의 기술력과 마케팅이 국내 무대를 뛰어넘어 세계 무대로 올라서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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