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랩셀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Natural Killer) 세포치료제를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기반을 확대한다. NK세포치료제 외에도 카티(CAR-T)치료제와 NK세포치료제의 장점을 섞은 CAR-NK세포치료제의 글로벌 임상을 고려하고 있다. 녹십자랩셀의 독자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를 개발해 성장성이 높은 항암제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황유경(사진) 녹십자랩셀 연구소장은 최근 경기도 용인 연구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국내외 기술력과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2020년대에는 암세포를 공격하는 NK세포치료제가 상용화될 것”이라며 제품 개발과 상업화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NK세포치료제는 신체 내 면역세포 중 하나인 NK세포를 활성화시켜 몸에 주입하는 치료제다. NK세포는 외부 바이러스가 침입했을 때 특공대처럼 제일 먼저 움직여 비정상세포를 죽이는 한편 스스로 암세포를 찾아내는 백혈구다.
녹십자랩셀이 주목하는 질환은 간암이다. 사전 연구를 통해 살펴본 결과 NK세포치료제를 썼을 때 위암이 10~20%, 유방암이 30~40% 치료 효과를 보인 반면 간암은 70%의 치료 효과를 보였기 때문이다. 임상 과정에서 심각한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국내 회사 중에서 NK세포치료제 분야에서 가장 기술력이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녹십자랩셀은 현재 간암을 대상으로 NK세포치료제를 개발해 현재 국내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사실 NK세포치료제를 비롯한 면역 항암제 시장은 제약업계에서 최근 급부상한 분야다. 글로벌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미국에서 카티치료제 ‘티사젠렉류셀-T’를 세계 최초로 허가받으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카티치료제는 환자의 면역세포인 T세포에 암세포를 죽이는 유전자를 넣어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치료법이다. 높은 항암 효과에도 환자 1인당 비용이 5억원가량으로 매우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NK세포치료제는 카티치료제보다 안전성 측면에서 진행되는 유전자 조작이 덜 복잡하고 다른 사람의 NK세포로도 사용 가능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특히 NK세포가 비정상적인 세포를 죽이고 관련 정보를 T세포에 전달해 T세포로 하여금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기 때문에 치료제로서 보다 효과적이다.
NK세포치료제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여서 기술 개발에 성공할 경우 선점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카티 분야는 지난 1985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에서 임상을 진행하는 등 선진국보다 기술력으로 10년가량 뒤처졌지만 NK세포치료제는 초기 단계라 기술격차가 크지 않다.
2008년부터 관련 연구를 시작한 녹십자랩셀은 올해 초 T세포를 이용해 소량의 원료 세포로부터 NK세포만 선택적으로 증식해 안정적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술로 특허를 확보한 데 이어 최근 동결 기술도 출원하는 등 대량생산과 상업화 절차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신약·치료제 개발이 늘 그렇듯 10년 가까이 NK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정부 지원이 줄기세포에 방점이 찍히면서 면역세포에 대한 연구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것도 큰 애로였다. 황 소장은 “줄기세포보다 면역세포에서 신약의 상용화가 더 빠르게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면역세포를 활용한 치료제는 적은 연구개발(R&D) 자금으로도 충분히 승부를 걸어 볼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