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가 대법관부터 법원 공무원을 아우르는 총투표를 실시하며 국회의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처리를 압박하고 나섰다. 사법부 안팎에서는 투표 설문내용이 사실상 김 후보자 지지에 맞춰져 있어 노조가 김 후보자 편들기에 나서며 세 불리기를 시도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법원 구성원 총투표를 실시하고 있다. 투표 문항은 △대법원장이 반드시 대법관이나 사법행정 경력이 필요한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경력이 대법원장 결격사유에 해당하는지 △김 후보자가 대법원장으로 적합한지 등 모두 3개다. 이인섭 법원노조 사무처장은 “대법관부터 행정직원까지 전국 법원 구성원 약 1만5,000명에게 설문을 발송했다”며 “조사 결과는 21일 국회에서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설문내용은 정치권에서 김 후보자를 공격한 지점을 노조가 앞장서 반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후보자는 역대 대법원장과 달리 대법관을 지내지 않았고 법원행정처에서 사법행정을 다뤄본 경험도 없다. 게다가 그는 법원 내 진보 법관들의 모임으로 알려진 우리법연구회와 이를 이어받은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을 모두 역임하며 개혁 성향 법관들의 대표주자 격으로 통한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이달 12일부터 이틀간 열린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자질과 성향 문제를 적극 공격했다.
노조는 더 나아가 “시대착오적인 사상·경력 검증을 자행하는 국민의당에 경종을 울리고자 19일 광주광역시에 있는 국민의당 당사를 항의 방문했다”며 정치권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앞서 국민의당은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에 대거 반대표를 던져 부결을 이끌어낸 바 있다.
법원노조는 개혁 성향인 김 후보자의 지명을 계기로 사법부 내에서 노조의 발언권을 크게 키우겠다는 방침이다. 이 사무처장은 “전임 이용훈·양승태 대법원장 지명 당시에는 노조가 정비되지 않아 적격성 투표를 진행하지 못했다”며 “앞으로 대법원장이 바뀔 때마다 이 같은 총투표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