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세계 감염병 확산을 막자는 KT의 제안이 유엔(UN) 산하기구에서 1년여 만에 채택돼 구체화된다. 감염병의 이동 경로 등을 이동전화 이용자의 빅데이터로 추적해 관련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황창규 KT 회장은 “한국의 1등 기술이 세계 보건 증진에 600억달러 이상 기여할 문이 열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황 회장은 18일(현지시간) 뉴욕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유엔 산하 브로드밴드위원회가 정기총회를 열고 ‘ICT 기반의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워킹그룹’(실무협의체) 출범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브로드밴드위는 유네스코(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공동 주관하는 국제기구다. 황 회장은 지난해 위원회 측에 “전세계 이동전화 이용자(약 73억명)의 해외 로밍 정보를 활용하면 메르스나 지카 등 감염병의 전파 경로를 정확하게 추적할 수 있다”며 ‘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했다. 유엔 브로드밴드위에는 인텔·시스코·노키아·에릭슨·화웨이 등의 최고경영자(CEO)와 국제기구 대표들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황 회장은 “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워킹그룹이 출범하면 우선 KT가 한국 정부와 운영을 시작한 ‘스마트 검역정보 시스템’이 세계 각국에 적용되며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2015년 6월 국내 메르스 사태 수습에 참여해 감염병 발생지를 방문한 여행자의 로밍 데이터를 분석해 검역에 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한 바 있다.
KT에 따르면 구제역이나 조류독감(AI) 발생 시 해당 시스템을 통해 피해 규모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실제 KT가 구제역 발생 농장을 오간 차량의 GPS 위치 정보를 분석해 확산 가능 지역을 예측한 결과에 따르면 정확도가 90%를 넘어서기도 했다.
황 회장은 “한국이 ICT에서 1등 기술과 사업이 많지만 세계인들의 삶을 개선하는데 직접 기여했다는 평가는 얻지 못했다”면서 “감염병으로 인한 글로벌 피해가 연간 6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상황에서 KT의 프로젝트가 유엔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성과를 내면 한국의 국격을 한 단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KT와 인텔, 노바티스재단이 참여할 감염병 방지 워킹그룹에는 아르헨티나와 말레이시아, 케냐 등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KT의 해외사업을 미주와 아시아, 아프리카 등으로 확대하는 데 징검다리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황 회장은 이날 유엔본부에서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과 도리스 로이타르트 스위스 대통령 등과 만나 KT가 주도하는 글로벌 감염병 확산 방지 사업을 소개하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또 유엔 민간포럼에서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 등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기업의 역할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KT의 신재생에너지 사업과 에너지효율화 기술 등을 소개했다. /뉴욕=손철 특파원, 양철민기자 runiron@sedaily.com